개념은 알아도 응용은 어려운 글쓰기의 기본요건│무엇이든 쓰게된다 1편 │글쓰기│글쓰기기본│스타일│김중혁│Writing│HowToWrite
학창시절 시절,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종종 수상하곤 했던 한 사람이 있었다. 대학교 글쓰기 교양과목에서도 A+를 받았다. 그녀는 사회에 나가서도 글쓰기라면 문제없다고 확신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직장인이 된 그녀는 실무를 시작하는데..
"이메일 확인 부탁 드립니다."
"너무 장황하잖아!"
"이메일 다시 확인 부탁 드립니다."
"그걸 왜 바이어한테 얘기해!"
"죄송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확인 부탁드립니다."
"제발 간결하게 핵심만 표로 정리해!"
살면서 정말 많은 글을 써왔다고 하더라도 글짓기 대회처럼 회사에서 글을 쓸 수는 없습니다. 어느 환경에서 글을 쓰느냐에 따라 구조와 서술방식이 매우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는 T,P,O에 맞게 옷을 입듯 글을 써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직장에서는 이메일의 구조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업무 프로세스에 짜맞춘 글쓰기에 익숙해지면, 학창시절에는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던 창작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멀어져 버릴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보니, 내 스타일대로 글을 쓰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글을 창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몇 백 페이지의 글을 짜임새 있게 쓸 수 있는 지 궁금했고, 그렇게 소설가 김중혁의 ‘무엇이든 쓰게 된다’를 펼쳤습니다.
이 책은 글쓰기를 통해 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거나 의사소통 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 등등의 자기계발적인 내용은 아닙니다. 글쓰기를 나의 능력을 키우는 도구로 보기보다, 글쓰기를 통해 어떤 관점으로 세상과 소통 해야하는 가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글쓰기 기본 실력을 점검해봅시다. 여러분들은 이 글을 읽으면서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화면을 잠시 멈추고 읽어주세요.
예) 그와 내가 완전히 다른 차이점은 세상을 보는 관점이다. 나는 노쇼(No Show)를 완전히 근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그는 100명이 노쇼(No Show)하더라도 대응 방안이 있다며 예약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그의 태도는 내 생각에 매몰되면 안된다는 교훈을 주었다. 하지만 생각에 차이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해서 노쇼(No Show)를 인정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아마 원활하게 읽히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셨을 겁니다. 이 글에는 세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우선 한 문장에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가 중복나열되어 있습니다. 또한 문장 전체로 봤을 때 같은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합니다. 마지막에는 반성으로 끝맺음을 하려고 했지만 다시 자신의 주장을 반복하며 반성을 무의미하게 만들었습니다. 세 가지 문제만으로도 글에 대한 신뢰감이 하락하기 때문에, 되도록 이와 같은 글쓰기는 피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문장으로 글을 써내려 갈 수 있을까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울 것입니다. 괴테도 파우스트를 쓰기까지 60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완벽한 글을 쓰기 위해 갖춰야 할 기본 요건은 무엇일까요?
무엇이든 쓰게 된다의 저자 김중혁은 스티븐 킹의 말을 인용해 문단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문단은 글 전체의 리듬을 결정합니다. 문단을 나누는 지점에 따라서 이야기에 긴장감을 주기도 하고, 문장과 낱말의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여기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의 문단을 요약한 블록이 배열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고, 토끼가 잠을 잔 나머지 거북이가 이겼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게 해줍니다.
하지만 4, 5번 문단이 추가되면, 어떨까요?
전체를 다시 요약하면 재미로 경주를 하기로 한 거북이가, 사실은 용왕의 명령을 받아 토끼의 간을 노리는 이야기가 됩니다.
우리는 토끼를 덫에 걸리게 하려고 거북이가 느린 척을 한 거라고 해석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토끼가 덫에 걸리지 않음으로써 용왕의 계획이 물거품 되었고, 육지에 더 큰 위협이 발생할 거라는 짐작이 가능합니다.
4,5번 문단을 어느 문단 사이에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글에 긴장감이 생기며, 극중 등장인물간의 대화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는 이처럼 작가와 독자, 등장인물 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본 요건 몇 가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2편에서는 스타일이 녹아있는 글을 쓰는 방법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