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이 아저씨가 이 영상을 좋아합니다. 근손실을 막는 유전자 치료기술!│신체설계자(The body builders)│애덤 피오리(Adam Piore)
책 ‘신체설계자’는 포기를 거부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극복하는 수준을 넘어 인체를 개량하고 증강시키려고 하죠. 저자 애덤 피오리는 생체공학(bionics), 분자생물학(molecular biology), 재생의학(regenerative medicine), 정신의학(psychiatry)과 같은 복잡한 영역을 다루는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기꺼이 그들의 기니피그 역할을 해 온 피실험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환자의 두개골을 여는 수술도 직접 지켜보았죠.
지금까지 인체를 증강하기 위해 고안된 기술들을 컴퓨터 저장 기술에 대유하면 ‘플로피 디스크’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영화 아이언맨이나 SF소설처럼 (종이호랑이 카드 띄우기) 인간이 원하는 대로 신체를 개조하는 일은 아직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이 등장하고 비교적 빠른 시간에 스마트폰이 등장한 것처럼 각종 신체증강기술들은 예상보다 빨리 발전해 현실에 적용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일각에선 엘리트 스포츠 선수, 슈퍼스타 연예인들, 그리고 사업가 같은 부유층이 미래에 신체증강기술을 독점해 일반인들과의 격차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의 시선에 대해 저자 애덤 피오리는 말합니다. 미래 기술이 부당하게 쓰일 것이란 우려 때문에 기술 자체를 거부하지 말고, 기술을 받아들임으로써 얻게 되는 혜택이 무엇일 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이죠. 또한 새로운 기술들을 사회에 부작용 없이 적용하기 위해선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 각자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1970년대 초, MIT학부생이었던 리 스위니(Lee Sweeney)는 현미경으로 근육세포가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근육은 단백질인 미오신(myosin, 굵은 다발)과 액틴(actin, 얇은 다발)으로 구성된 원통형 섬유다발(필라멘트, 머리카락 한 올도 안되는 굵기)로서, 마치 필라멘트 덩어리가 여러 개 뭉쳐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미오신에 머리처럼 달린 부위는 근육을 움직이는 모터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오신 머리가 에너지 주유소 ATP로부터 연료를 공급받을 때마다 액틴과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해 근육을 작동시켰기 때문입니다.
스위니는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미오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다가 1980년대 중반, 보스턴 아동병원 연구팀의 발견을 계기로 ‘뒤센형 근위축증’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뒤센형 근위축증에 걸리면 근육섬유가 괴사하여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고, 청소년기부터 호흡기와 심장에 문제가 생기다가 25세 내에 사망에 이르는 데, 10만명 중 4명꼴로 나타납니다. 대부분 남자아이에게서 발병하는 이 질병은, 2세에서 7세 사이에 발견 됩니다. 아이가 눈에 띄게 불편하게 걷기 때문이죠. 이 병은 부모로부터 결함이 있는 ‘디스트로핀’ 단백질을 물려받는 경우 걸리게 됩니다. 디스트로핀이 정상적인 경우 이 단백질은 액틴과 미오신을 둘러싸고, 근섬유들이 찢어지지 않도록 완충역할을 합니다.
스위니는 다소 소극적인 수준의 연구를 하는 데에 그쳤으나, 그가 디스트로핀 단백질에 관심을 보인다는 소문이 환자의 부모들에게 퍼지면서, 질병을 막아달라는 요청을 폭발적으로 받기 시작합니다. 그는 디스트로핀에 결함이 있어도 근손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노화가 진행되면 근육의 성장과 복구를 담당하는 호르몬이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스위니는 이 사실에 착안해, 근육의 성장을 담당하는 테스토스테론이나 인간성장호르몬의 방출을 늘리는 방법을 찾으려 했습니다. 연구결과, 호르몬은 근육 세포에 시동을 거는 열쇠 역할을 할 뿐, 핵심은 근육 세포가 뿜어낸 ‘IGF-1(인슐린유사성장인자-1)’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IGF-1이 뿜어져 나오면 인체에 떠돌아 다니는 줄기세포를 근육 세포로 불러들이는데, 줄기세포는 미오신과 액틴 벽돌을 켜켜이 쌓아, 우리 몸을 튼튼하게 만들어줍니다.
스위니는 어린이 쥐(2개월), 중년 쥐(18개월), 노년 쥐(24개월) 세 마리의 오른쪽 뒷다리 근육에 IGF-1으로 만든 인공 바이러스를 주입했습니다. 단발적 효과가 아니라 영구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였죠. 9개월 정도 뒤, 예상대로 쥐들의 근력이 증가했습니다. 여기서 그를 가장 놀라게 했던 부분은 노년 쥐의 근육이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어려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보행기에 의존하던 90살 노인이 갑자기 크로스핏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죠. 노년 쥐의 오른쪽 뒷다리는 죽기 직전까지 튼튼한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그는 IGF-1 이 외에도 존스홉킨스의 이세진 교수가 발견한 마이오스타틴이라는 단백질에 주목했습니다. 마이오스타틴은 바퀴에 가해지는 압력과도 같은데요, 적당한 압력을 유지하여 우리 몸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시켜 줍니다. 압력이 너무 많이 가해지면 바퀴에 바람이 빠져 푹 퍼지는 것처럼 우리 몸 속의 근육이 줄어들게 됩니다. 반대로 압력이 적어지면 바퀴에 더 많은 바람을 채워 넣을 수 있어 근육의 양이 2배 이상 늘어나게 됩니다. 실제로 미국 미시간주의 리엄 혹스트라(Liam Hoekstra)는 태어날 때부터 마이오스타틴이 부족했고, 슈퍼 베이비로 불릴 만큼 근육질 몸매를 자랑했죠.
마이오스타틴 억제제는 IGF-1과 달리 부작용이 덜하고 처방을 체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스위니는 IGF-1를 주입할 인공 바이러스를 더욱 안전하게 만드는 데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이 유전자 치료를 승인한지 7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리 스위니는 뒤센형 근위축증 치료를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IGF-1을 몸 속에 안전하게 주입할 바이러스 매개체를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안전한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도록 크리스퍼 카스 나인 유전자 가위 기술이 탄생하고, 다른 유전자 치료들도 서구 각국에서 승인을 받고 있는 상황 아래, 스위니의 연구 역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날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책 ‘신체 설계자’는 이 외에도 다른 흥미로운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인상 깊었던 내용은 블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뇌 가소성 : 성인이면서 선천적, 후천적으로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소리풍경(Soundscape)’ 만 듣고 앞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
2) 생체 모방기술 : 줄기세포를 모방한 돼지 방광을 잘린 손가락에 접합 시키면 감쪽같이 이전모습으로 재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
3) 직감 훈련 : 소방관이나 군인처럼 오랜 기간 전문지식을 무의식적으로 쌓아온 사람들의 뇌는 일정한 패턴으로 작동한다는 이야기. 이 패턴을 이용하면 위험상황에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하는 인간을 훈련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
4) 암묵적 학습 : 장기기억상실자에게 간헐적으로 반복훈련을 시키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특정한 기억을 남길 수 있다는 이야기
5) 미개척 창의력 : 우리 뇌 속 왼쪽 전두엽의 핵심영역을 해방시키면 창의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
다음 영상은 재료연구소와 함께 바이오닉 맨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니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