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는 아재들의 전유물? 왜 읽어야 할까?│출판사, 게임, 유튜버를 먹여 살리는 고전 '삼국지’의 개요를 알아보자!│설민석의 삼국지 1편│침투부,코에이,십상시의난,동탁,여포
혹시 10여 편을 훌쩍 넘는 장편소설, ‘삼국지’를 다 읽으신 분이 계신가요? 책 속에 등장하는 천여 명의 등장인물들이 서로 의리를 맹세하고 때로는 적이 되기도 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끝까지 읽기에 조금 벅차셨다는 생각이 드셨을 겁니다. 삼국지를 이해 하려면 최소 세 번 이상 읽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복잡한 소설이지만 우려와 달리 사람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삼국지’는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를 각색한 책을 말하는데요, 각색한 책만 해도 3,900여권에 달합니다.
1980년대에 들어서 삼국지는 책보다는 게임을 통해 그 명성을 더욱 널리 떨치게 되었습니다. 2019년엔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 ‘토탈 워: 삼국’이 출시 되었으며, 2020년에는 무려 삼국지14버전이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삼국지는 중국을 배경으로 하며 유비, 관우, 장비, 조조와 같은 등장인물들이 위, 촉, 오 삼국을 건설하는 역사소설’이라는 점을 많은 분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삼국지가 우리 생활 깊숙이 스며들면서 우리 문화에 없어서는 안되는 ‘밈(meme)’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밈’은 세대를 거쳐 전달되는 ‘유전자’와 같이, 문화를 전파하는 일종의 ‘도구’를 의미하는 개념입니다. 작년 이맘때 쯤 만화가 이말년과 주호민 작가 사이에서 ‘유비와 조조 중 누구를 직장상사로 두고 싶냐’를 두고 토론을 벌이기도 했죠. 주로 아재들 사이에서 쓰이는 밈이라고 할지라도 다른 세대와 원활히 소통하려면 알아둘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이 밖에도 우리가 삼국지를 읽어야 할 이유는 많습니다. 다소 교과서적이긴 하지만 리더십과 인재 등용, 처세술을 배울 수 있죠. 삼국지에는 용장, 지장, 덕장의 리더십을 대표하는 등장인물들이 나오는데요, 용장은 용맹스러운 리더십, 지장은 현명한 리더십, 덕장은 인격이 훌륭한 리더십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이들을 보며 누구에 가까운 삶을 살아야 하는지 돌아볼 수 있으며 때로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때도 있습니다.
타산지석은 본이 되지 않는 남의 말이나 행동을 보면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자세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타산지석의 자세로 바라보아야 할 인물 중 하나로 ‘유비’를 꼽고 싶습니다. 유비는 어질고 인재 등용에 능했던 반면 융통성이 조금 부족했습니다.
한 예로, 제갈공명이 유비에게 조언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형주의 군주 유표가 죽기 직전, 공명은 ‘천하삼분지계’라는 지략을 짜 유비가 형주를 직접 다스리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나 유비는 유표의 아들이 자신의 조카라는 이유로 이를 거절합니다. 그 결과, 형주는 조조에게 맥 없이 뺏겨버리고 말죠.
또한 유비는 가족들에게 무심했습니다. 아내 미부인을 ‘입고 버리는 의복’에 비유했죠. 머릿속에 나라생각 뿐이었지만 유비는 1년 뒤에 재혼을 하게 되는데요, 아내인 손인은 무예가 매우 뛰어났고 유비보다 서른 살이나 젊은 청년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녀 마저도 유비와의 결혼생활을 단 2년 밖에 이어나가지 못했죠. 뿐만 아니라 조자룡이 아들 아두를 지키다 다치자, 갓난아기를 들어 바닥에 내동댕이쳐버립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갓난아기 두개골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끔찍한 행동이었습니다. 이처럼 유비는 알려진 바와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어떤 리더든 완벽할 수는 없음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삼국지의 개요를 알아볼까요? 책은 2세기 후한 말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황제 영제가 환관들의 아첨에 빠져 국정 운영에 소홀해지자, 환관들은 백성들의 재물을 마음껏 수탈하게 됩니다. 가혹한 정치로 인해 고통받던 백성들은 장각이라는 사람을 앞에 내세워 ‘황건적의 난’을 일으킵니다.
황건적의 세력이 커지자 이들은 초심을 잃고 백성들을 수탈하기 시작합니다. 이를 계기로 유비, 관우, 장비가 한 데 모여 한나라를 다시 일으키기로 다짐하게 되죠. 셋은 복숭아 나무 아래서 ‘도원결의’를 맺고 의형제가 되기로 약속합니다. 절대 서로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며 한날 한시에 죽겠다고 말이죠.
어느 날 유비 삼형제는 장세평과 소쌍이라는 상인을 만나 말 50필, 금과 은 500냥, 철 1천근을 지원받는데요, 이들은 유명한 대장장이를 찾아가 고급 무기를 만들게 됩니다. 유비는 쌍고검, 관우는 청룡언월도, 장비는 장팔사모를 만들게 되죠. 유비의 덕망과 관우의 충성심, 장비의 용맹함까지 뭉치니, 황건적을 가뿐히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앞에는 더 큰 고비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편, 궁궐에는 ‘십상시’라고 불리는 10명의 환관이 여전히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었습니다. 황제의 외삼촌이었던 하진은 걱정에 빠졌고 십상시와 팽팽한 기싸움을 시작했죠. 하진은 황건적의 난을 토벌한 공으로 조조와 원소를 궁에 입궐 시키는데, 동탁이라는 자를 앞세워 십상시를 다스리는게 어떻냐고 의논합니다. 소문을 통해 동탁이 그리 정의롭지 않은 자라고 알고 있던 조조와 원소는 영 마뜩잖게 생각했지만, 하진은 동탁을 궁으로 불러 들입니다.
동탁이 말을 달리며 오고 있는 사이, 하진은 십상시의 꾀에 빠져 암살당하고 맙니다. 이를 알게 된 조조와 원소는 십상시를 모조리 쓸어버리기 위해 ‘십상시의 난’을 일으키고 그들을 몰살합니다. 그러나 장양이라는 환관 한 명이 무리에서 살아남아 새로운 황제 ‘소제’와 소제의 이복동생 ‘진류왕’을 납치해 궁궐에서 몰래 빠져나옵니다.
장양은 자기를 쫓아오는 군마에 겁을 먹은 나머지 둘을 내팽개치고 연못에 뛰어들고, 소제와진류왕은 정신을 잃다가 낙양으로 달려오던 동탁부대와 만나게 됩니다. 동탁은 속으로 생각합니다. ‘황제를 구한 공으로 수도 낙양에서 나 동탁의 힘을 키워보자’ 동탁의 무력에 굴복한 신하들은 진류왕을 황제에 임명하고 ‘헌제’라는 칭호를 붙여주었습니다. 하지만 헌제는 황제임에도 동탁과 다른 세력에 의해 20여년 동안 ‘인간 옥새’ 역할을 하게 됩니다.
조조와 원소의 예상대로 동탁 역시 백성들에게 온갖 만행을 저지릅니다. 그를 막을 자는 없어 보였죠. 한나라를 다시 세우고자 하는 뜻을 가진 사람들은 ‘반동탁연합군’을 만들었는데요, 선봉장인 손견, 유비 삼형제, 조조와 원소가 대표 장군이었습니다. 이들은 동탁을 대패 시켰으며, 장안으로 도망간 동탁은 훗날 양아들 여포에 의해 죽음을 맞이합니다.
승리에 도취한 반동탁연합군 멤버들은 장안과 낙양, 강동 등지로 흩어지는데, 이들은 점점 나라를 일으키겠다는 마음보다 권력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그들을 지켜보며 유비 삼형제는 안타까움에 빠집니다.
얼마 후 동료였던 원소와 조조 간에 관도대전이 일어나게 되면서 조조는 100만 대군이 넘는 넘사벽 존재로 탈바꿈합니다. 이제 한나라의 주요 세력은 조조, 손견의 아들 손권, 유표로 나뉘게 됩니다. 유표는 형주 지역을 다스리던 군주였는데요, 이리저리 치이던 유비를 북쪽 땅 작은 마을, 신야성에 숨겨줍니다.
시간이 흘러 조조는 형주까지 넘보게 되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군주인 유표 역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 때 제갈공명이 유비 곁에서 ‘천하삼분지계’를 언급합니다. 형주의 주인은 유표의 아들이 아니라 유비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죠. 앞서 유비가 혈연관계를 언급하며 대쪽 같은 고집을 부렸던 이야기를 기억하시죠? 결국 조조에게 형주를 빼앗긴 유비는 신야성의 백성들과 이리저리 도망가는 신세가 됩니다.
여기까지가 삼국지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 배경지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설민석의 삼국지를 읽기 전에 평단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한 권짜리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요, 그 때는 일부분만 기억했을 뿐 전체 흐름을 읽기엔 많이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반면 이 책의 경우엔 등장인물의 호칭과 관직 명을 통일하여 독자가 흐름을 읽는 데에 더 집중하게 해줍니다.
그러다 보니 다소 각색이 많이 들어간 부분도 있고 생략된 부분도 있지만 삼국지라는 책 자체에 입문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읽기 좋으실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삼국지 개요에서 다루지 않았던 초선, 여포, 서서, 조자룡, 원술, 왕윤, 채부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고 싶으시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어느새 친구들에게 삼국지 등장인물로 별명을 지어주거나 윗 세대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