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공포] 네 손가락 노인의 경고, “너는 이 집에 있으면 안돼!”│마가(魔邸)│미쓰다 신조(三津田 信三)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 작가

SEA OTTER'S BOOKSHOP 2019. 12. 9. 14:12

 

https://youtu.be/TAbv7Jt9QHQ

※ 소설 속의 모든 내용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창작되었습니다. 또한 소설 속 주인공이 정신과 상담을 받는 내용으로 각색하였습니다.

 

저는 6학년이에요. 지난 2년 간 많은 변화가 일어났어요. 그 중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가족이죠. 재작년 겨울, 무명 소설가였던 아버지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되었고 가족들의 곁을 영원히 떠났어요.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는 밤일을 나가기 시작했는데, 늘 짙은 냄새를 풍기며 집으로 돌아오곤 하셨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일터에서 만난 10살 연상의 무역회사 간부와 재혼하겠다고 했어요.

 

지방에 살던 저는 어머니의 재혼과 동시에 도시로 이사 오게 되었는데, 이사한 집이 너무 넓은 탓에 오싹한 느낌을 자주 받았어요. 그나마 새 삼촌이 자주 놀아준 덕에 적응을 쉽게 할 수 있었죠. 고지식한 새 아빠와 달리 삼촌은 쾌활 했고 저는 그런 삼촌을 좋아했어요. 얼마 후 새 아빠가 해외주재원으로 갑자기 발령받게 되자, 저는 다시 전학을 가야 할 상황에 처했답니다.

 

여름방학을 하루 앞둔 날, 저는 삼촌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하굣길 전봇대 뒤에서 저를 놀래 키며 나타난 삼촌은 여름방학 동안 저를 맡게 되었다고 얘기해주었어요. 새 아빠와 엄마가 전학 갈 학교를 알아보러 떠나있는 동안 저를 돌봐달라고 부탁했다는 거였죠. 삼촌은 엄마가 이미 꾸려 놓은 짐을 챙겨 나와 차에 실어 놓은 상태였고 어쩔 수 없이 저는 차에 올라 탔어요.

 

차는 삼촌이 사는 도쿄로 가지 않고 시골의 고급 별장으로 가고 있었어요. 그 곳에 삼촌 소유의 별장이 있다고 했죠. 저는 속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자유분방하게 살던 삼촌에게 별장이 있다니? 그리고 한적한 시골에서 여름방학을 보내야 한다니? 그러나 한편으로는 새 아빠에게서 벗어날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어요. 저는 새 아빠의 유일한 취미인 천체관측에 억지로 끌려가는 일이 많았는데, 늘 사업 얘기, 후계자 얘기 같은 지루한 연설만 늘어놔 그리 좋아하지 않았어요. 유일한 탈출구라고는 삼촌이 선물해 준 레이싱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일 뿐이었죠.

 

가는 길에 삼촌은 어떻게 별장을 소유하게 되었는지 얘기해주었어요. 10년 전, 삼촌은 선배와 함께 별장을 관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대요. 하루는 동네에서 대기업 회장의 손자가 행방불명 되었는데 대규모 인력을 투입했는데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해요. 삼촌은 관리소장과 선배가 가르쳐 주지 않은 숲 속 깊은 구역에서 손자를 발견했다고 했어요. 나무 굴 안에서 태아처럼 웅크리고 있던 손자를 회장에게 데려다 주니, 답례로 고급 별장을 받은 거죠.

 

도착해서 본 저택의 규모는 매우 컸고 뒤로는 끝없는 숲이 펼쳐져 있었어요. 별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처음 본 여자가 삼촌과 저를 맞아주었어요. 삼촌은 아내 같은 여자친구라며 저에게 인사 시켜 주었죠. 그날 저녁, 삼촌은 회사에 생긴 급한 일을 처리하느라 도쿄로 돌아갔고, 저와 아줌마 단 둘만 남아 하루를 보냈답니다.

 

잠에서 깨어 볼일을 보러 가던 저는 이상한 경험을 했어요. 삐그덕-삐그덕- 누군가가 걸어 다니는 소리를 들은 거에요. 삼촌이 돌아왔나 싶어 주차장을 내려다봤더니 아무것도 없었어요.

 

저는 어렸을 적부터 별장에 오기 전까지 기이한 경험을 두 번 한 적이 있어요. 한 번은 지방 연립주택에 살던 시절에 일어났어요. 저는 집 앞에서 혼자 놀다가 건물을 빠져 나가는 아빠를 몰래 뒤쫓아 갔는데요, 아빠가 골목길을 들어간 후 얼마 뒤 따라 갔는데도 아빠를 찾기는 커녕 길을 잃어버렸답니다. 앞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자세히 보니 팔이 무릎까지 내려온 검은 형체였어요! 검은 형체는 스스슥-하는 소리와 함께 제게 가까워지고 있었죠. 저는 있는 힘껏 뛰어 따돌렸지만 그때 도망가는 저를 쳐다만 보던 주민들의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기억 때문인지 검은 형체가 별장까지 와서 몰래 저를 관찰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이 별장에서 여름방학을 보내기는 어려울 것 같았죠. 다음날, 아줌마에게 밤 중에 이상한 소리가 났다고 말하니 집이 오래되어 나는 소리라며 안심시켜주었어요. 과민반응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공포심은 사라졌고 오히려 저는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탐험할 용기가 생겼죠.

 

집을 돌아본 후 책을 읽던 저는 별장 앞에서 차가 멈추는 소리를 두 번 들었어요. 처음엔 무시하고 책을 읽었지만 소리가 한 번 더 들리자 ‘삼촌이 돌아왔나?’하는 생각에 고개를 들었죠. 별장을 가로지른 생 울타리 너머로 어떤 할아버지가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 할아버지는 오른팔을 높이 들더니 네 개만 남은 손가락을 까딱까딱-댔어요. 자기 쪽으로 오라는 신호였죠.

 

할아버지는 별장지를 관리하는 직원이라며 자신을 소개했어요. 다른 별장을 둘러보러 가다가 저를 발견하고 부른 것이죠. 할아버지는 삼촌에게서는 듣지 못한 다른 실종사건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이번에도 남자아이가 실종되었는데 이곳 별장 뒤쪽에 펼쳐진 숲에서 길을 잃은 듯했어요. 그 당시 마을사람들은 적극적인 수색작업을 펼치지 않았는지 아직까지 아이는 행방불명이라고 했죠. 할아버지는 저에게 숲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 말라고 경고한 후 차를 타고 사라졌어요.

 

별장에서의 둘째 날 밤, 저는 검은 형체가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문틈에서 저를 관찰하고 있음을 알아차렸어요! 겨우 침실에 가 잠이 든 저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늦잠을 잤죠. 잠에서 깨어나 커튼을 걷고 숲을 바라보던 저는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검은 형체가 거기 있었어요! 다시 보니 그것은 삼촌이었어요. 저와 눈이 마주친 삼촌은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더니 이내 손을 흔들었어요. 삼촌은 왜 숲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일까요?

 

숲 속에서 아줌마 몰래 사업 얘기를 한 것일까요? 사업이 잘 안되면 체면이 말이 아니니까 몰래 통화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아니면 엄마에게 냉동식품만 먹인다고 잔소리를 들었을까요? 삼촌은 집에 돌아온 뒤 소파에서 잠만 잤어요. 저는 삼촌이 일어나면 아까 무슨 통화를 했는지, 검은 형체는 뭔지, 숲에는 무슨 비밀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벼르다가 책에 깊이 빠져버렸답니다. 몇 시간이 흐른 후, 삼촌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책을 내렸더니 삼촌은 저를 기분 나쁘게 쳐다 보고 있었어요.

 

셋째 날 밤, 저는 또래의 모습을 한 검은 형체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요. 말을 들어보니 아줌마와 전남편 사이에서 태어나 할아버지, 할머니 밑에서 자란 듯 싶었는데 아줌마가 보고 싶었는지 몰래 찾아온 것 같았어요.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를 보고 저는 내일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했어요. 날이 밝자 삼촌은 정리할 일이 있다며 도쿄로 돌아갔고 저희 둘은 아줌마의 눈을 피해 숲 속으로 향했어요.

 

그 친구가 앞장서서 덤불을 손으로 헤치며 나아갔어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따라가고 있는데 뒤에서 수풀을 헤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사삭사사삭-. 이 소리는 또다시 검은 형체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저는 덤불 속으로 몸을 던졌어요.

 

“그래. 덤불 속에서 나온 후에 기억은 없니?” 하얀 가운을 입은 정신과 의사가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더 이상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 하려다가 순간, 눈 앞에 풀밭과 커다란 나무 굴이 있던 광경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가』는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의 거장인 ‘미쓰다 신조’의 최신작 입니다. 어린 주인공이 별장에 들어오자 수상한 일이 계속 벌어지는데요, 그 일들의 정체를 밝힐 때까지 긴장을 풀 수 없는 강렬한 힘을 지닌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