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테마 소설 2권 360 Video 리뷰│마더 크리스마스(Mother Christmas)│크리스마스 캐럴 (Christmas Carol)│BBC 영화 원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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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이 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겨울이 되었습니다. 따뜻한 커피와 달달한 군고구마를 준비해 겨울 기분을 한껏 느껴봅니다. 달력을 보니 크리스마스가 며칠 남지 않았군요? 여러분들은 크리스마스 때 어떤 스케줄이 계획되어 있으신가요? 저는 이번 겨울은 따뜻한 이불 속에서 책을 읽으며 보낼 예정입니다. 혹시 저처럼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실 분들을 위해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한 소설책 두 권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첫번째 소설은 마더 크리스마스입니다. 마더 크리스마스는 미스터리 소설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첫번째 동화입니다. 지난 번에 리뷰했던 책 『가면산장 살인사건』과 같은 어두운 분위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는데요, 이 소설은 눈 언덕에서 두 남녀가 만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둘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세계산타협회 회의실. 전세계 산타 들이 이곳에 모여 회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여러 국가의 산타들이 둥그런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아 있네요. 아까 눈 언덕을 올라가던 남자 앞에는 이탈리아라고 적힌 명패가 놓여 있습니다. 그와 함께 언덕을 오르던 여자는 찾아볼 수 없었는데요, 그녀는 누구이며 어디로 간 걸까요?
잠시 후, 산타 협회 회장인 미국 지부 산타는 자신의 후계자가 될 사람을 소개하겠다며 회의장 밖으로 나갑니다. 어떤 여자를 데리고 들어온 회장은 그녀를 산타들에게 소개합니다. 이탈리아 산타는 그녀가 설원을 같이 걷던 여자임을 알아차립니다. 그녀의 이름은 제시카였죠.
회원들은 제시카를 산타로 임명해야 할지 말지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우선 그녀는 산타라고 하기엔 너무 젊었으며 여자였기 때문에 흰색 머리, 눈썹, 수염을 가져야 한다는 복장 규정에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이 때 아프리카 지부 산타가 제시카를 옹호하기 시작했습니다. 높은 기온 탓에 선물을 나눠주기 힘들어하던 그는 두꺼운 산타 복을 빨간 케이프로 대체하자고 건의 했고, 과반 이상의 찬성을 받은 이야기를 해줍니다. 빨간 케이프로 바꾼 후에는 사자의 습격을 받지 않도록 색깔마저 초록색으로 바꾸었고 이 역시 협회의 승인을 받았다고 덧붙입니다.
그의 말을 이어 오세아니아 지부의 산타도 제시카를 옹호합니다. 오세아니아의 오스트레일리아 역시 크리스마스가 한 여름이기 때문에 알로하셔츠를 입고 서프보트를 타며 선물을 나눠주었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협회에서 반대했다면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지역의 아이들은 영원히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토론 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회의장에서 갑자기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니 제시카가 아베마리아 노래를 부르고 있네요. 노래를 끝마친 후 그녀는 집에서 직접 구워 온 쿠키를 홍차와 함께 나눠주면서 산타들의 마음을 진정시킵니다.
제시카는 산타 들에게 가족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들이 두 살이 되던 해, 그녀는 남편을 잃고 홀로 가정을 지켜야 했는데요, 매년 둘이서만 크리스마스를 보내다가 하루는 아들이 산타에 지원하면 어떻겠냐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곤 진짜 추천서를 써 제시카를 미국 산타에 지원 시켰죠. 이 이야기를 들은 산타들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다른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자 하는 아이의 마음에 감동했기 때문이죠.
그 해 크리스마스, 토미를 잠자리에 재운 제시카는 침실로 돌아가더니 옷장의 문을 엽니다. 옷장에서 산타복을 꺼내 입은 제시카는 밀가루로 눈썹을 하얗게 칠하고 썰매를 탈 준비를 끝마칩니다. 결국 만장일치의 찬성표를 받고 미국 산타 뿐만 아니라 세계 산타협회 회장으로 임명된 것이죠. 창문을 여니 순록 세 마리가 이끄는 썰매가 하늘에 둥둥 떠 있었습니다. 그녀는 썰매에 올라타 알래스카부터 선물 배달을 시작합니다.
두 번째 소설은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가 쓴 크리스마스 캐럴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에브니저 스크루지(Ebenezer Scrooge)인데요, ‘스크루지 맥덕’이 나오는 디즈니 만화 영화를 즐겨 보신 분들이라면 그가 괴팍한 성격을 가진 자린고비 캐릭터임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2019년 12월에는 영국의 대표 방송사 BBC가 원작소설을 각색해 영화로 개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오피셜 트레일러를 보니 소설의 어두운 분위기에 맞춰 표현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죠. 톰 하디가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그가 어떤 역할을 할 지 기대하면서 소설을 읽어보면 좋겠죠?
이제 소설의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흰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 날, ‘스크루지 말리 상회’라는 곳에서 한 중년의 남자가 회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난로도 켜지 않은 채 부하직원 밥과 덜덜 떨며 일하는 남자의 이름은 에브니저 스크루지. 그 날, 스크루지 앞에 세 남자가 찾아옵니다. 한 명은 자신의 조카였는데요, 그는 크리스마스 날 가족과 함께 홈파티를 열 예정이니 삼촌도 놀러 왔으면 좋겠다며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그러나 스크루지는 조카에게 모진 말만 남기고 제안을 거절하죠.
다른 두 남자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기금을 모금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스크루지는 그런 아이들이 있다면 구빈원에나 쳐 넣으라는 막말을 하며 두 사람을 사무실에서 쫓아냅니다. 당시 구빈원은 가난한 아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며 식사도 제대로 안주는 곳으로 악명이 높았는데도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듯 막말을 뱉어 냈습니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 온 스크루지는 7년 전 죽은 동업자 제이콥 말리의 유령을 만나게 됩니다. 말리는 매일 밤 1시에 세 명의 유령이 찾아올 테니 삶을 구제받고 싶다면 그들의 말을 잘 들으라는 말만 남긴 채 쇠사슬을 질질 끌고 사라집니다. 스크루지는 공포에 압도된 채 침대에 누워 유령을 기다렸죠.
첫째 날엔 과거의 유령을 만났습니다. 유령은 어린 스크루지가 살던 기숙학교로 데리고 갔죠. 따돌림을 당한 채 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자신의 모습을 보니 스크루지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둘째 날엔 현재의 유령을 만났습니다. 유령은 부하직원 밥의 집으로 데리고 가는데요, 밥의 집에서 절름발이 아들 팀을 만납니다. 봉급이 적어 제대로 된 치료는 해주지 못했지만 밥의 가족들은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냈죠. 셋째 날엔 미래의 유령을 만났습니다. 스크루지가 죽자, 사람들은 장례를 치르기는커녕 입던 옷도 벗겨내 고물상에 갖다 팔았고 시체는 교회 묘지에 아무렇게나 묻혔죠.
스크루지는 환영을 보고 괴로워하다가 잠에서 깨어나 교회로 발걸음을 옮기는데요, 거기서 만난 한 소년에게 오늘이 며칠인지를 묻습니다. 소년은 오늘이 크리스마스라고 말해주죠. 삼 일이 지난 줄 알았지만 이 모든 일들이 단 하루 만에 일어난 것입니다.
스크루지는 소년에게 5만원에 달하는 돈을 주고 심부름을 시킵니다. 부하직원 밥의 집에 최상품의 칠면조 요리를 배달하는 일이었죠. 몇시간 후 사무실로 출근한 그는 밥의 봉급을 인상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절름발이 아들 팀에게 또 다른 아버지가 되어주겠다며 치료비를 지원해주었죠. 밥을 일찍 퇴근 시키고 길을 걷던 그는 어제 사무실에서 쫓아낸 두 신사 중 한 명을 발견합니다. 스크루지는 노신사에게 거액의 현금을 기부하기로 약속하고 계속 발걸음을 옮기는데요, 그가 도착한 곳은 조카의 집이었습니다. 스크루지는 조카와 조카며느리 가족들과 함께 게임을 하고 수다를 떨며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냅니다.
마더 크리스마스와 크리스마스 캐럴 둘 다 같은 테마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지만 접근방식이 다르다 보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특유의 디테일함을 강점으로 진짜 산타가 있는 것처럼 묘사했으며, 찰스 디킨스는 유령이라는 환상을 이용하여 아이들을 위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죠.
저는 이제 책을 덮고 식지 않은 군고구마와 라떼를 마저 먹으러 가겠습니다. 다들 소설처럼 따뜻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