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없는 인간관계를 반복한다면 들어볼만한 이야기│컴 클로저(Come closer)│일자 샌드(Ilse Sand)│심리상담/정신심리치료/자기방어/자기보호/연애/부모자녀/내면아이
두꺼비 씨는 최근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이디어를 내는 족족 팀장님에게 뺏겼기 때문이죠. 연이어 인사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자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두꺼비 씨의 퇴사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전 직장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회사를 박차고 나왔죠. 사표를 쓰기로 한 날, 두꺼비 씨는 생각에 빠졌습니다. ‘다들 왜 나를 인정해주지 않고 이용만 하려고 할까?’
비스킷 씨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늘 짝사랑만 해왔죠. 어쩌다 한 번 연애 중인 상대는 집에 와서 밥을 해주고 심지어 화장실 청소까지 해달라고 했습니다. 묵묵히 아메리카노 씨의 말을 들어주던 비스킷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공허해졌습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그 누구도 자기와 같은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다는 말을 들은 비스킷 씨는 생각에 빠졌습니다.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는걸 보면, 난 사랑받을 자격이 없나봐.’
짹짹 씨는 5살짜리 아들이 있습니다. 아내 둘기 씨와 맞벌이를 하며 소중히 키우고 있죠. 피곤하긴 하지만 주말엔 늘 시간을 쪼개 아이와 놀아주고 있습니다. 어느순간부터 그는 아들이 자신과 놀길 싫어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혹시라도 장난감이 질렸나 싶어 더 비싸고 좋은 장난감을 사줘도 아들은 대화를 피하려했죠. 짹짹 씨는 좌절했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놀아주고 있는데도 왜 대화를 꺼리는걸까?’
두꺼비 씨와 비스킷 씨, 그리고 짹짹 씨 모두 인간관계의 악순환을 끝내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문제의 시작이 어디서부터인지 알 수 없어하죠.
책 ‘컴 클로저’의 저자이자 심리상담가인 일자 샌드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하려는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어렸을 적부터 시작한 자기보호가 성인이 될 때까지 쌓이고 쌓이면 단단한 갑옷을 만들어내는데, 이 갑옷에 너무 의존하면 타인과는 물론 자기 자신과도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 결과 직장동료, 연애관계, 심지어 자녀에게까지 문제를 일으키게 되죠. 자기보호 갑옷을 두른 당사자들은 스스로가 지나치게 두꺼운 갑옷을 두르고 있음을 인지하고 하나씩 벗어던져야만 악순환의 끈을 끊을 수 있습니다.
책에서 정의하는 자기보호란 스스로를 현실과 차단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입니다.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할 때 임시방편으로 상황을 빠져나오는 방법이죠. 이때, 자기보호를 성숙하게 발휘한다면 말 그대로 자기를 지키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올해 여덟 살인 다람이는 등교길에 덩치 큰 동네 형들과 마주했습니다. 그 옆을 지나쳐가던 다람이는 형들 중 한 명이 건 발에 넘어져 무릎이 까졌고, 다친 무릎에선 피가 흘러나왔습니다. 멍청한 자식이라고 놀리는 형들을 뒤로하고 다람이는 묵묵히 학교에 갔습니다. 운동장에서 만난 선생님이 괜찮냐고 묻자, 다람이는 “전 괜찮아요!”라며 씩씩하게 대답했습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다람이는 엄마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고 오전에 있었던 일을 모두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다람이는 억눌러두었던 자신의 감정과 다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고 기분이 좋아졌죠.
다람이처럼 감정을 일시적으로 억누르는 자기보호는 지혜로운 자기보호방법 중 하나입니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에 감정을 앞세우다가 오히려 어깃장을 놓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만약 다람이가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다짐을 했다면 선생님과 엄마 모두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다람이를 나무랐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한편, 성인의 경우엔 자기보호 갑옷이 너무 두꺼워 성숙하지 못한 자기보호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부터는 성숙하지 못한 자기보호 갑옷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진짜 내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느낌인 유대감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선 자기보호 갑옷이 어떻게, 왜 생겨났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심리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있으신 분들은 ‘상처받은 내면아이’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있으실텐데요, 상처받은 내면아이란 우리 마음 속에 상처받은 어린아이가 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어린시절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든 불행한 가정에서 자랐든 간에 애정을 받지 못해 상처받은 경험이 있다는 말이죠.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집엔 별 문제가 없고 딱히 상처받은 일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부모님은 항상 나에게 관심이 많으셨다
심리상담가인 저자 일자 샌드는 내담자들이 부모님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고 합니다. ‘부모님은 항상 내게 관심이 많으셨다.’ 부모가 자녀에게 보여주는 관심엔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첫번째 형태는 자녀가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입니다. 역할을 잘 하고 있다면 내가 좋은 부모라는 뿌듯함과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두번째 형태는 제 3의 다른 목적을 얻고자 보이는 관심입니다. 이런 관심을 받은 자녀들은 부모에게 물건처럼 이용당하면서도 ‘이건 다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셔서 그런거야’라며 이상화합니다. 이 역시 자기보호의 한 방법이죠.
갓난아이와 청소년을 포함한 어린아이들은 경제적 능력이 없기 때문에 부모만이 자신의 안전과 생존을 보장해줄 수 있습니다. 이들이 부모에게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안전과 생존에 위협을 받고 공포를 느끼게 되죠. 아이들은 애초에 이런 공포심을 차단하기 위해 약하고 결함 많은 부모를 강인하고 유능한 부모로 간주해버립니다. 나이가 어리다면 이는 꽤나 괜찮은 자기보호 방법이죠.
그러나 성인이 될 때까지 이런 태도를 유지한다면 부모의 결점을 본인이 답습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문제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더라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거나 그저 상황이 별로였다며 얼렁뚱땅 넘어가죠. 이들은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상사의 인성이 좋았다면, 그들이 나를 인정해줬다면, 동료가 나를 질투하지만 않는다면, 나를 골치아프게 하는 그 문제만 없다면! 나는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텐데!”
또한 어렸을 적 신체적 학대를 당하면서 물건처럼 취급받은 경험이 있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주변사람을 물건처럼 대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애인을 만들고 결혼을 하는 이유 속에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애정을 그들로부터 얻겠다는 목적이 있는 것이죠. 이들의 상대방이 기준치 이하로 애정을 보여준다면 바로 갓난아기로 돌아간 것처럼 떼를 씁니다.
세상엔 완벽한 부모, 완벽한 어린시절은 없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결핍과 상처로부터 완벽히 거리를 두고 자라온 사람은 없죠. 혹시라도 자신이 어렸을 적 부모로부터 상처받은 기억을 자녀에게 그대로 답습할까봐 걱정된다면 너무 염려할 필요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부모를 이상화해왔던 본인을 해방시키도록 자기보호 갑옷을 하나씩 푸는 연습을 해나가면 됩니다.
슬픔을 마주하는 연습
책 ‘컴 클로저’가 말하는 자기보호 갑옷을 도형화해보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갑옷과 가장 가까운 곳에 짜증과 분노가 있고 그 속엔 슬픔과 고통 그리고 사랑과 유대가 갇혀 있었죠. 우리는 ‘집중적 단기역동 심리치료(Intensive short-term dynamic psychotherapy)’라는 전문 상담을 통해 개개인이 어떤 자기보호 방법을 쓰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는데요, 스스로가 무슨 갑옷을 입고 있는지 빨리 알아챌수록 자기보호 전략을 더 빠르게 해제할 수 있습니다.
여기 부모로부터 단 한번도 인정받은 적 없는 마틴이 있습니다. 아내로부터 도저히 가까이 갈수 없는 사람이라는 불평을 들은 후 상담실을 찾아왔죠. 심리치료사는 우선 마틴이 분노를 일으킬만한 대화를 이끌어나갔고 다음과 같은 자기보호 전략을 발견했습니다.
분노를 느낀 후 마틴의 변화
① 대화 중 숨을 멈춘다
② 억지로 웃으며 숨을 깊게 들이쉰다
③ 다른 곳을 본다
④ 주먹을 꽉 쥔다
⑤ 다리 근육이 뻣뻣해진다
⑥ 몸을 쭉 펴고 숨을 깊게 내쉰다
⑦ 상대방을 똑바로 쳐다본다
※ 자기보호 전략은 개개인마다 다르며 전문의의 심리상담이 필요합니다.
자기보호 전략을 깨달은 마틴은 이제 분노를 거쳐 슬픔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심리치료사는 마틴이 슬플 때 공허함을 느낀다는 점을 알아채고 마틴에게 애정의 말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마틴은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제서야 마틴은 마음한 켠에 묻어뒀던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발견했습니다. 부모로부터 인정도, 애정도 받지 못해 공허함을 느꼈던 어렸을 적 자신의 모습을요.
마틴처럼 심리치료 전문의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친구나 연인, 배우자를 통해서도 자기보호를 벗겨낼 수 있죠. 누군가 본인의 슬픔은 본인이 극복해야 한다고 다그치는 경우가 있지만, 증상이 심각하지 않거나 심리치료사를 만나기 힘든 경우라면 주변 사람들이 도움을 줘도 좋습니다.
진정한 나 자신과 마주하기
진정한 자기자신과 마주하길 결심한 사람은 더 이상 과거에 지배 당하지 않습니다. 갑옷에 가로막혀 자기 자신도, 다른 사람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던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죠. 이제 다른 사람을 이용하기만 하는 질 낮은 인간관계도 청산할 수 있습니다. 눈 앞에 취업실패, 사랑하는 이의 죽음, 친구와의 다툼, 부모와의 갈등과 같은 여러 장애물이 버티고 있다고 하더라도 거뜬히 해결해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