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왕 파우스트│파우스트(Faust)│요한 볼프강 폰 괴테(Goethe)│독일고전문학/희곡/메피스토펠레스/악마/계약/욕망/매너리즘/철학/인문학/방황하는인간/세계문학/세계명작
#천상의 서곡
지옥의 일을 하라는 명령을 받고,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지상으로 내려왔습니다. 지상으로 내려온 후 메피스토펠레스는 한 동안 아무런 일도 하지 못했는데요, 인간들의 삶 자체가 너무나도 비참했기 때문에 흉악한 짓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죠. 아무 것도 못하고 툴툴거리기만 하던 어느 날, 하늘의 문이 열리더니 주님과 대천사 무리가 메피스토펠레스를 찾아왔습니다.
주님은 자신의 종으로 삼고 있는 인간 파우스트 박사를 아냐고 물어봤습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를 알고 있었을뿐더러 계속 지켜봐왔다고 말했죠. 메피스토펠레스가 관찰한 파우스트는 겉과 속이 매우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백발의 노인이 될 때까지 골방에서 금욕적인 삶을 살고는 있긴 했지만 속으론 바깥 세상으로 나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쾌락을 누리고 싶어했죠.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뒤숭숭한 마음으로 주님을 섬기는 파우스트를 두고 주님에게 내기 하나를 겁니다. 자기가 파우스트의 영혼을 매수해 지옥문까지 인도하게 된다면, 지상세계에서 악마가 승리했다고 선포하게 해달라구요. 주님은 메피스토펠레스가 도발을 하든 말든 개의치 않아했습니다.
“네 멋대로 해보아라. 인간은 지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다. 선한 사람은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비극 제1부
메피스토펠레스의 예상대로 파우스트는 악마의 꾐에 빠집니다. 파우스트가 지상에 있는 동안은 악마가 인간의 시중을 들어주고, 저승에 가면 인간이 악마의 시중을 들어주기로 약속한 것입니다. 다만 파우스트는 자신이 언제 죽을 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멈춰라! 너는 참 아름답다!’라고 말하면, 즉시 지옥의 포승줄에 묶여도 좋다고 맹세했죠.
파우스트는 청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젊어지는 영약을 만드는 마녀를 찾아가기로 합니다. 파우스트가 먼저 몰래 서재를 빠져나가고 메피스토펠레스가 뒤따라가려고 하자,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학생 하나가 파우스트에게 배움을 구하고자 찾아온 것이죠. 메피스토펠레스는 배움을 얻고자 찾아 온 학생의 의지를 완전히 꺾어 놓은 뒤 파우스트를 뒤쫓아갔습니다.
마녀가 준 영약을 입에 털어 놓은 파우스트는 입 속에서 약간의 불꽃이 일어나는 느낌을 받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단숨에 마셔버렸고, 이제 외적으로 완전한 젊음을 되찾았습니다.
메피스토펠리스와 마을 곳곳을 여행하던 파우스트는 어느 마을에서 마르가레테라는 10대 소녀를 꾀어내 몰래 사랑을 나눕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마르가레테의 친오빠 발렌틴을 칼로 찔러 목숨 줄을 끊어 놓기도 했죠. 마르가레테는 이 사건의 원흉으로 지목되어 마을 사람들의 온갖 비난을 받게 됩니다. 파우스트는 마르가레테의 상황을 알지 못한 채 브로켄 산으로 가 마녀들의 축제인 발푸르기스의 밤에 참가합니다. 그 때 우연히 마르가레테를 닮은 마녀를 보고 그녀의 근황을 궁금해하게 되었죠.
다시 찾아간 마르가레테는 감옥에 갇혀 있었고 매우 비참해보였습니다. 파우스트 사이에서 생긴 아이는 강제로 뺏긴 후 우물 속에 던져진 상태였죠. 파우스트는 그 말을 듣고 안타까워하긴 했지만 그녀를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습니다. 형리들을 피해 빨리 나가자고 재촉하는 악마를 따라 감옥을 빠져나가기 바빴죠. 혼자 남은 마르가레테가 구원을 바라는 소원을 빌자, 하늘에서 응답이 들려왔습니다. 메피스토펠레스가 막으려 했지만 막을 수 없었죠. 소리는 파우스트의 이름을 안타깝게 외치다가 점점 사라져갔습니다.
#비극 제2부
비극 제 2부부터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그리스·로마시대부터 파우스트가 살던 시대까지 포함하고 있죠. 비극 제 2부에 등장하는 파우스트는 개인적인 쾌락뿐만이 아니라 국가와 백성들을 위해서 이리저리 노력합니다.
총 5막으로 구성된 비극 제 2부의 첫째 막에선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가 꾀를 부려 재정위기에 빠진 국가를 회생시킵니다. 있는 지도 없는 지도 모르는 땅 속 보물을 담보로 하여 한 장에 천 크로네에 달하는 지폐를 계속 찍어낸 것이죠. 황제는 행복해하는 백성들을 보며 둘에게 깊은 신뢰를 느낍니다.
파우스트는 제 2막에서 외적으로 완벽한 여자인 헬레네를 찾아 고대 그리스로 갑니다. 황제가 시켰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궁내부 장관과 시종이 그에게 찾아오라며 떠밀었기 때문이죠.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가 준 황금열쇠를 들고 고대 그리스 땅에 도착합니다.
한편,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가 박사였던 시절 썼던 서재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일전에 만났던 학생이 다시 찾아왔는데요, 이제 학생은 신입생이 아닌 어엿한 학사학위 소지자가 되어있었습니다. 학사는 과거 어수룩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선언합니다. 나이든 어느 누구도 배우려고 하는 젊은이의 의지를 꺾을 수 없고, 젊은이들은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소리쳤죠.
학사가 방을 떠나자, 악마는 파우스트의 후임 교수인 바그너의 실험실로 찾아갑니다. 바그너 교수는 플라스크를 보여주며 최초의 조합된 인간, '호문쿨루스’를 소개하죠. 호문쿨루스는 고대 그리스에 도착한 파우스트의 모습과 그가 자면서 꾸는 꿈을 공중에 띄워 보여줍니다.
파우스트는 제 3막에서 완벽한 여인 헬레네와 함께 아들 오이포리온을 낳고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행복은 잠시뿐이었죠. 청년으로 성장한 오이포리온은 동굴에서 젊은 처녀 한 명을 데리고 호기롭게 절벽을 기어오르다가 동굴입구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헬레나는 아들을 따라가기 위해 파우스트를 끌어안은 채 황천의 여왕에게 소원을 빌었고,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파우스트는 기쁨 뒤에는 무서운 슬픔이 따르며, 행복과 아름다움은 영원하지 못하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제 4막에서 파우스트는 난폭한 바다를 정복하겠다는 포부를 밝힙니다. 세상에서 전쟁을 몰아내고 평화를 찾길 염원하는 맘이 담겨있는 말이었죠. 둘은 일전에 만났던 황제가 전쟁 중임을 알고 그를 찾아가 황제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물의 요정 운디네가 홍수의 환영을 일으킬 수 있게 부탁하도록 바다로 까마귀를 보냈고, 얼마 후 바위에서 가상의 물이 튀어나와 거대한 샘을 이뤘습니다. 반역황제가 보낸 적군들은 바위를 기어 오르다가 있지도 않은 물에 겁을 먹은 채 허우적대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황제의 국가는 평화를 되찾았죠.
며칠 뒤, 메피스토펠레스가 악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대주교는 전쟁이 일어났던 장소를 악마와 결탁한 증거라고 비난하면서 토지를 즉각 헌납하라고 황제에게 제안합니다. 황제가 수락하자 대주교는 또 하나의 제안을 합니다. 그 곳에 교회를 세우면, 교회가 국가에 낼 세금의 1/10을 다시 돌려주고 토지 수익도 헌납하라고 했죠. 황제가 또 수락하자, 대주교는 또 다른 제안을 합니다. 황제가 파우스트에게 준 바닷속 해안지대의 세금 일부와 토지 수익 역시 교회에 헌납하라구요. 께름칙하긴 했지만 황제는 이 모든 요구를 수용해줍니다.
마지막 제 5막은 파우스트의 최후를 담고 있습니다. 파우스트는 황제에게서 수여받은 해안지대에 방파제를 만들어 드넓은 육지를 만들어냅니다. 새로운 토지에서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가 실어온 호화스러운 보물에 둘러싸여 부귀영화를 누리기도 하죠. 하지만 파우스트는 이 곳에서 도저히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을 느낍니다. 육중한 영토 대신 보리수 나무가 빼곡한 언덕 위 노부부의 집을 갖고싶어 하죠.
그를 지켜보던 메피스토펠레스는 노부부를 이 곳으로 이주시키자고 꼬득입니다. 비록 강제로 이주하겠지만, 호화로운 저택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노부부가 분명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 파우스트는 둘을 당장 이주시키라고 지시하죠. 메피스토펠레스가 지팡이를 꺼내 휘두르자 보리수 언덕과 낡은 오두막집은 불꽃을 내며 활활 타올랐습니다. 노부부는 집에서 빠져나갈 마음이 없는 듯 집에서 나오지 않았고 결국 화염 속에서 운명하게 됩니다.
보리수 언덕이 불탄 후에도, 파우스트는 근심에 사로잡힙니다. 개간한 땅에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었죠. 토지를 비옥하게 만들고 물을 뺄 수 있는 배수구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는 백성들이 안전한 곳에서 걱정없이 일하며 살아갈 수 있는 국가를 만들게 된다면, ‘멈춰라! 너는 참 아름답다!’라고 외치겠다며 소리칩니다. 그 순간,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와 맺었던 계약조건이 생각났습니다. ‘멈춰라! 너는 참 아름답다!’라고 외치는 즉시 저승으로 가는 포승줄에 묶이는 약속이었죠.
파우스트는 구원 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메피스토펠레스의 계획대로 지옥문에 들어갈까요? 쓰러진 파우스트의 왼편엔 지옥으로 가는 문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쩍 열려 있고, 오른편엔 천상의 세계로 가는 후광이 비쳐왔습니다. 파우스트의 영을 데리러 천사들이 날아온 것이죠. 파우스트는 결국 구원을 받고 천상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파괴왕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많은 것들을 망치고 불태우고 다닌 파우스트를 본 독자들은 파우스트가 구원받을 자격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죄 없는 마르가레테와 그 가족들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줬을뿐더러, 죽기 직전까지 쾌락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의 욕심은 애꿎은 보리수 언덕과 노부부를 죽음으로 몰아가기도 했습니다.
희곡 <파우스트>의 작가 괴테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아마 ‘인간 누구나 선과 악이라는 양면성을 가진 불완전한 존재이긴하지만, 죽기 전까지 선을 추구한다면 결국 구원받을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파우스트의 삶을 요약하는 한 문장을 읽고 영상을 마치겠습니다.
“인간은 지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다. 선한 사람은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해달책방 시즌1은 이번 파우스트 영상으로 종료합니다. 당분간은 저 스스로를 계발하는 시간을 가지고 영상포맷도 업그레이드 해보려고 하는데요, 블로그 연재는 계속 될 예정이오니 블로그 구독! 부탁드리겠습니다 :) 자, 그럼 2021년에 시즌2로 돌아오겠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리며 그동안 건강히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