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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감정기복이 심한 이유│20대가 될 10대가 알아야할 뇌 이야기│10대의 뇌(The teenage brain)│신경과학(Neuroscience)│프랜시스 젠슨(Frances E. Jensen) 본문

책 리뷰

10대의 감정기복이 심한 이유│20대가 될 10대가 알아야할 뇌 이야기│10대의 뇌(The teenage brain)│신경과학(Neuroscience)│프랜시스 젠슨(Frances E. Jensen)

SEA OTTER'S BOOKSHOP 2019. 6. 4. 15:17

 

https://youtu.be/DitEs9YDs8w

 

아주 오래 되긴 했지만,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10대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10대 자녀들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 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오늘 학교에서 시험은 잘 쳤는지, 점심은 뭘 먹었는지 물어만 보는 건데도 아이들은 입을 꾹 닫고 방문을 쾅 닫아 버립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구랑 깔깔깔 웃으며 통화하는 소릴 들으면 내가 10대일 땐 저 정도는 아니었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흔히 10대들의 감정상태는 아주 우울하거나 신이 나 있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10대들의 감정기복이 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까지는 사춘기인 10대의 몸 속에 성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고, 그로 인해 감정에 기복이 생긴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성 호르몬은 10대가 아닌 어른에게서 훨씬 더 많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성인은 10대에 비해 감정조절을 잘 하는 편입니다. 신경과학자이자 두 아들의 엄마이기도 한 프랜시스 젠슨은 10대의 변덕스러운 감정상태의 원인이 성 호르몬이 아닌 10대의 뇌 속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의 뇌 속에는 이마엽, 흔히 전두엽이라고 알려져 있는 부위가 있습니다. 이마엽은 어려운문제를 해결해서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부위이지만, 10대는 이마엽의 발달이 느립니다. 특히 만 10세에서 만 14세 사이 아이들의 이마엽 발달은 더 느린 편입니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으로 이들의 뇌를 스캔해보았더니 만 19세까지 이마엽의 발달이 지연되다가 만 20세가 되어서야 크게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뇌 부위가 발달하지 못한 10대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급격한 감정기복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마엽은 신체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늦게 발달하는 것일까요? 뇌는 뒤쪽에서 앞쪽으로 발달이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뇌가 발달한다는 것은 뇌의 각 영역들이 서로 더 많이 연결되었음을 의미하며, 연결 부위들은 회백질 안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용기가 없으면 물이 채워지지 않듯이 껍데기인 회백질이 뒤쪽부터 성숙해지기 때문에 앞쪽에 있는 이마엽의 백질이 늦게 연결되게 됩니다.

 

회백질이 빠르게 성숙하지 못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신경 가지치기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청소년기 아이들의 뇌에서는 회백질이 성장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하는 시기가 있는데, 60세 이후의 성인들의 뇌가 퇴화하는 현상과는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특징은 ‘뇌 가소성’이라고도 불리며 10대들은 주변 환경에 맞게 뇌를 자유자재로 변화 시킵니다.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혹은 현명하게 만드는지를 깨닫는 능력이 10대에 주로 생기는 이유가 바로 이 ‘뇌 가소성’ 때문입니다.

 

뇌가소성은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정점을 찍지만 죽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습니다. 덜해질 뿐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무언가를 배울수록 다음 것을 배우기는 더 쉬워집니다.

 

정리하자면, 10대의 학습능력은 인생의 최정점을 달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문제가 끝날 때까지 붙잡고 늘어지는 능력이 발달되지 않아, 성인들의 지도가 꼭 필요한 나이라는 의미입니다.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거나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아이들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10대의 뇌는 어려운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영화와 음악을 틀어놓고, 이를 통해 느끼는 즐거움을 공부를 통해 느끼는 즐거움으로 착각시킵니다. 그렇기 때문에 멀티태스킹 능력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이들의 말은 사실상 허구에 가깝다고 보면 됩니다.

 

10대가 학습능력을 강화하고 자기 자신을 통제할 줄 아는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 말 대신에 글과 표를 이용해 아이들 스스로가 과제를 눈으로 확인하고 끝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어려운 문제에 닥치면 막연히 불안감을 느끼는데, 할 일을 눈으로 확인시켜주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을 확률을 낮춰줄 수 있으며 통제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어려운 문제에 쉽게 화내고, 울고, 토라지고, 위축되고, 짜증내고, 공격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는 포기하지 말고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남들도 다 겪는 정상적인 한 때의 불안인건지 그보다 더 근본적인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병같은 정신질환의 전조증상인건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성적이 비정상적으로 곤두박질치거나 학교까지 빼먹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이 2주 이상 지속 되면 잠깐의 불안감 그 이상의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요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조현병은 현악기가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처럼 혼란스러운 정신상태를 의미합니다. 조현병은 우울증, 조울증, 불안장애에 비해 덜 흔하긴 하지만 드물게 일어나는 편은 아닙니다. 평범한 10대의 경우 발생 가능성이 천명 당 일곱명 꼴이며, 가족력이 있는 10대의 경우 열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합니다. 10대 말기나 성인기 초기에 발생하는 이 질환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반드시 젊었을 때 치료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조현병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수정이 이뤄질 때 아빠의 나이가 고령이었던 경우, 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다소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만약 10대인 누군가가 스트레스를 통제하지 못한 상태에서 뛰어난 학습 능력을 발휘해 강력 범죄에 가담했을 경우엔 어떻게 처벌해야 할까요? 2012년 미국 대법원에서는 살인에 가담한 5명의 10대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하는 것은 헌법을 위반하며, 종신형을 선고해야 할 때는 나이와같은 경감사유 등을 반드시 고려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다소 극단적인 사례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10대가 갱생될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는 판결이었습니다.

 

판사 엘레나 케이건은 10대의 미성숙함과 성급함 등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10대들이 청소년 상담 혹은 갱생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에서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20대 이상의 성인들의 뇌는 완벽하게 성숙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는 1980년에서 2000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가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겪을 확률이 65세 이상인 사람들보다 3배나 높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리뷰한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다뤘던 것처럼 밀레니엄 세대의 뇌는 생존을 위해 본인의 성공에만 집착하는 뇌로 변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신경학적으로 뇌가 성숙했다고 말할 수 있는 나이대를 점점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만 20세에서 만 24세의 성인을 ‘성인 모색기’로 분류했으며, 이는 자기통제력이 충분하지 않은 성인들이 주변의 도움을 받고 뇌를 좋은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고 가정했습니다. 이는 단지 가정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더 늦은 시기에도 잠재력을 발휘하거나 갱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신경과학계는 젊은 성인기의 뇌가 어떻게 발달하느냐에 관한 연구를 거의 진행하지 않아 왔습니다. 과학자들이 이 비밀을 밝혀낸다면 20대로 성장하게 될 아이들에게 막연한 잔소리가 아닌, 진짜 도움이 되는 충고를 해줄 수 있을 거라 전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