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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듀스101, 대학이름에 목매지 말고 아이 고유의 천재성을 찾아라!│누가 창의력을 죽이는가?│켄 로빈슨│교육의 목적│교육개혁 │STEAM에서 진화하다, SHTEAM 본문

책 리뷰

대학듀스101, 대학이름에 목매지 말고 아이 고유의 천재성을 찾아라!│누가 창의력을 죽이는가?│켄 로빈슨│교육의 목적│교육개혁 │STEAM에서 진화하다, SHTEAM

SEA OTTER'S BOOKSHOP 2019. 9. 28. 09:16

지난 30여년 동안 전 세계 국가들은 교육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적지않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홈스쿨링, 언스쿨링, 기타 사립학교 등의 대안을 찾아 학교를 떠나고 있죠. 19세기 산업혁명부터 시작한 공교육은 국가경쟁력과 국민총생산(GNP)을 높이기 위한 목적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국가 주요 수익사업과 관련된 분야에 적성이 없는 아이들을 잠재적 실패자라고 낙인 찍어 왔습니다.

 

한 정부기관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선 매년 1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고등학교 1학년 시기에 이탈하는 학생 중 60.2%가 해외로 유학을 가고 있습니다. 공교육을 떠나는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정부가 주도해 온 교육개혁이 과연 무엇이며 실효성이 있는 건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교육개혁의 실상을 살펴보면 근본적인 문제인 ‘대학서열화’를 해결하는 대신, ‘입시요강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 ‘절대평가를 할 것이냐 상대평가를 할 것이냐’, ‘자사고를 폐지할 것이냐 말 것이냐’, ‘정시의 비중을 늘릴 것이냐 말 것이냐’와 같은 소모적인 논쟁만 지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책 ‘누가 창의력을 죽이는가?’에서 제시하는 진정한 ‘교육개혁’은 학부모와 학교 모두가 교육의 목적에 합의하고, 아이가 가진 고유의 천재성을 키워주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난 ‘10대의 뇌’ 리뷰 영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이들은 학습능력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학부모와 학교가 농부가 되어 햇빛과 토양, 거름을 잘 흡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죠.

 

교육의 목적은 ‘①경제적 자립 ②사회성의 발달 ③문화적 소양 계발 ④개인의 발달’로 정의할 수 있으며, 이 네 가지 목적을 바탕으로 8가지 능력을 균형 있게 발달시키는 것이 교육이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입니다. ①호기심 ②창의력 ③비판적 능력 ④의사소통 능력 ⑤협동심 ⑥동정심 ⑦평정심 ⑧시민의식

 

 

교육의 목적은 궁극적으로는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긍정심리학 창시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이 정의하는 행복은 ①긍정적 감정 ②몰입 ③의미라는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몰입은 무언가에 완전히 빠져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리는 상태를 의미하며, 본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즐거움을 느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구하는 것이 아이의 행복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며, 교육은 아이가 원하는 직업을 구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주는 시스템 전반을 의미한다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 켄 로빈슨은 지금처럼 표준화된 교육시스템에서는 아이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천재성을 발견하고 직업으로 발전시키기 어렵다고 우려합니다.

 

 

금수저 부모를 둔 자녀에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요즘 금수저 부모를 둔 자녀의 학사 비리를 고발하는 뉴스를 보다 보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심리학과 교수 소냐 류보머스키(Sonja Lyubomirsky)는 말합니다. “개인의 행복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세 가지가 있는데, 이 중 환경은 10%, 타고난 기질은 50%, 일상의 의지적 행동은 40%를 차지합니다.”

 

다시 말해서, 부모의 경제적 능력과 뛰어난 학습유전자와 같은 환경적인 요인은 개인의 행복에 10%밖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부모의 도움을 받아 명문 학교를 나왔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교육 환경에서는 앞으로도 그 아이의 행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대학서열화’가 끝나지 않는 이상은 학사 비리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박탈감에 젖어 있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주목해야할 것입니다.

 

우선 ‘천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천재는 ‘언어적, 수학적 추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영단어 Genius의 의미를 살펴보면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태어나다’와 ‘나타나다’라는 뜻을 바탕으로 ‘기원, 유쾌함, 축제를 즐기는, 성장을 돕는, 더 재미있게 하는, 쾌활한’이라는 단어들과 연결됩니다. 즉, 천재의 본래 의미는 ‘기쁨을 낳는 행위’인 것이죠.

 

저자 켄 로빈슨은 아이들이 고유하게 갖고 있는 천재성을 한 마디로 ‘엘리먼트’라고 부릅니다. 학부모와 학교가 아이의 엘리먼트를 탐색하도록 돕는 방법 중 5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①다양한 놀이 활동을 접하게 하고 어느 분야에 흥미를 느끼는 지 파악하라

②아이의 재능은 어디서든 드러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줘라. 꼭 화려할 필요 없다

③긍정적인 시각을 길러주면 위험을 감수하고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④어떤 분야가 되었든 학습을 지나치게 강요하지 마라

⑤부모 스스로부터 소질을 계발하는 본보기를 보여줘라

 

 

한편 각 국 정부는 아이들의 엘리먼트를 발견하기 위해 교육 생태계를 바꾸는 시도를 여러 차례 해 오고 있습니다. 10년 전에는 STEM 교육 시스템이 대세였으나, 6~7년 전부터는 STEAM으로 진화했죠. 저자는 더 나아가 인문학(Humanities)과 체육과목(Physical Education)을 추가하는 것도 제안합니다.

 

우리나라는 STEAM도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며, 실제로 초등학교 저학년의 커리큘럼에서 체육 과목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공교육이 체육을 얼마나 등한시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인데요, 미국 네이퍼빌에서 진행된 LRPE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학습능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게 된다면, 체육 과목도 수학만큼 중요 과목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에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LRPE는 평균 이하의 읽기 능력을 보유한 학생들의 독해 실력을 운동을 통해 향상시키고자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암벽등반, 카약, 로프 코스, 웨이트 트레이닝, 무용과 심장 강화 운동을 진행했습니다. 기존의 순환식 훈련과 경쟁적 스포츠 중심의 신체교육과는 완전히 달랐죠.

 

 

1999년, 네이퍼빌 8학년 학생들이(한국 기준 중학교 2학년) 국제 과학, 수학 성취도 평가 TIMSS에 참가한 결과, 과학에서 1위를, 수학에서는 6위를 차지하면서 LRPE 프로젝트가 아이들의 언어 추리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음을 확인했습니다. 만약 LRPE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아이들이 과학과 수학에 엘리먼트가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아이들의 엘리먼트를 키우기 위해서는 운동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이 한 명 한 명을 집중적으로 케어 할 수 있는 교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OECD 교육지표 2019」에 따르면 2017년까지 교사 1인 당 학생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결과일 수도 있겠으나, 아이들 고유의 엘리먼트를 발견할 수 있는 교육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전망합니다.

 

아이가 고등학생이 된다면 어떨까요? 학부모들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요즘 누구나 대학 졸업장을 갖고 있는데, 아이가 공부에 뜻이 없어도 대학교에 보내는 게 좋을까?” 저자 켄 로빈슨은 대학 졸업장이 있다고 해서 ‘성공한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니며, 없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을 사는 것 역시 아니라고 말합니다. 명문대학교를 졸업하고 (사)자 달린 직업(변호사, 회계사, 의사, 교사)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본인 일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넘치고 있으며, 공급 부족으로 인해 변호사보다 수익이 높은 건설노동자가 다수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세상에는 대학 이외의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합니다. 대학교를 가지 않고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이 한 방법이죠. 핀란드에선 45%의 고등학생들이 직업학교로 진학하고 있습니다. 의과대학에 진학할 성적을 보유한 경우도 마찬가지죠. 오스트리아에선 고등학생 중 80%나 직업교육반을 선택하며 이 중 숙련공 견습프로그램(간호학, 금융학, 회계학)을 이수하는 경우엔 대학교에 진학할 수도 있습니다. 핀란드와 오스트리아는 청년실업률이 높기에 직업학교 진학을 사회적으로 인정해주고 있으며, 재정지원 역시 충분해 질 높은 교육을 아이들에게 제공합니다.

 

뿐만 아니라 창업을 할 수도 있고, 갭이어를 통해 대학교 진학 전 1년 동안 일을 하거나 여행을 하며 보낼 수도 있습니다. 대학교에 진학할 시간이 없다면 인터넷 강의를 들어도 됩니다. 앞서 리뷰했던 책 ‘콘텐츠의 미래’의 저자 바라트 아난드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온라인’을 운영하면서 대중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척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아이들 개개인에게 신경 쓰는 공교육이 현실화될 때까지, 학부모와 학교는 부지런히 밭을 갈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