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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이 종식될 수밖에 없는 이유│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 The evolutionary origins of the human face)│애덤 윌킨스│인간자기가축화 본문
인종차별이 종식될 수밖에 없는 이유│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 The evolutionary origins of the human face)│애덤 윌킨스│인간자기가축화
SEA OTTER'S BOOKSHOP 2020. 3. 22. 13:03
이번 영상은 ‘인간자기가축화’현상을 다뤄달라는 호롤롤로님의 추천으로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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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끝 공지 참고 *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확산하는 ‘팬데믹(Pandemic)’으로 이어지면서, 해외에 거주 중인 동양인들이 평소보다 더 많은 인종차별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예방차원에서 마스크를 쓰면 “확진자가 왜 밖을 돌아다니냐”며 비아냥거리고, 마스크를 안쓰면 “왜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니냐”며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죠.
이럴 때일수록 의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어차피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은 사회 그리고 인류로부터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인간의 자기가축화’ 가설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자기가축화란,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의 신체 그리고 행동을 바꾸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야생늑대가 인간의 손을 타면서 몸이 작고 행동이 유순한 옆집 강아지 ‘봉구’로 변한 현상과 유사합니다.
가설에 따르면, 인류는 ‘세계화’라는 환경변화에 스스로를 길들이기 위해 아시아인들과의 혼혈아를 임신하거나 아시아인의 언어를 더 적극적으로 배우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피부색으로 인종을 구분하는 개념은 사라지고 인류 구성원 모두가 아시아인의 얼굴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도 말하죠. 그러므로 인종차별을 계속한다면, 이 소수의 가해자들은 급변하는 사회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도태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번 영상에서는 책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 (원제 : 인간 얼굴의 진화론적 기원)’를 통해 우리가 ‘인간의 자기가축화’에 주목해야 하는 과학적 근거들을 살펴봅니다. 그 분야는 생물학, 유전학, 고고학, 뇌과학, 정신분석학, 심지어 예술분야를 아우르고 있으니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인류의 진화과정을 충분히 알 수 있으실겁니다.
인간의 자기가축화와 얼굴 간의 상관관계
앞에서 우리는 ‘인간이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신체 그리고 행동을 바꾸는 과정’이 인간의 자기가축화임을 알아보았습니다. 책은 많은 신체부위들 중 얼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가축화 한 인간은 고대인류보다 얼굴을 더 늦게 성장시키기 때문에 오랫동안 어린 모습을 유지합니다. 덕분에 두뇌를 더 깊고 천천히 성장시킬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인간의 정신능력이 고등하게 진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습니다. 이 현상을 ‘유형성숙’이라고 부릅니다.
어린 침팬치와 성체 침팬치의 옆모습을 비교한 사진이 있습니다. 둘 중 우리 모습과 더 닮은 침팬치는 누구인가요? 한 눈에 봐도 어린 침팬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은 스스로를 유형성숙하도록 길들였기 때문에 어린 침팬치처럼 주둥이가 없고 이마와 코가 수직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유형성숙은 행동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어린시절의 높은 친화력, 장난기, 천진난만함, 동심을 잃지 않게 해주죠. 인류가 폭력적이고 마초성향을 가진 사람이 아닌 유순한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진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지금으로부터 플라이스토세 후반부로 이동해보겠습니다.
유형성숙을 이끈인류의 이동
플라이스토세는 지구의 역사상 가장 가혹한 기후변화를 보인 시기입니다. 기온은 점점 내려가면서 식물은 사라졌고 물도 얼어버리는 바람에 먹이를 구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6만 년 전의 아프리카도 마찬가지로 춥고 건조했습니다. 이 곳에 모여 살던 인류의 조상 호모 에렉투스는 추위에 얼어 죽은 고기를 먹는 데에 신물이 난 나머지, 아프리카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로 결심 합니다.
그러나 1만 명도 채 안되는 수가 모두 이주하기엔 너무 위험했기 때문에 이들은 점진적으로 이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몇몇은 현생 인류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고, 몇몇은 사피엔스의 친척 ‘네안데르탈인’ 과 ‘데니소바인’으로 진화했습니다.
지난번 리뷰했던 책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에서 우리의 몸속에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짚어보았습니다. 호모 사피엔스와 고대인류가 이종교배를 한 것이죠. 여기서 여자 호모 사피엔스와 남자 고대인류가 이종교배를 하는 경우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임신에 성공하더라도 남자아이를 모조리 유산해버린 것입니다. 이 바람에 후대를 남기지 못한 고대인류는 모조리 멸종해버렸습니다.
멸종한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얼굴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우악스러웠습니다. 주둥이는 튀어나왔고 이마는 쑥 들어가 있었죠. 또한 식인을 하는 습성이 있었기 때문에 호모 사피엔스가 보기에 그들은 매우 폭력적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유형성숙을 이끈성선택
앞서 설명한 고대인류의 두가지 신체적, 행동적 특징은 호모 사피엔스가 고대인류 이성을 외면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때 덜 매력적이고 아름답지 않은 이성을 기피하는 성선택이 계속되면 기피 유전자가 영구적으로 발현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돌연변이가 발생합니다. 여자 호모 사피엔스와 남자 네안데르탈인 사이에 생긴 남자아이가 모두 유산된 이유도 면역력이 약한 돌연변이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을 빈도역의존적 선택이라고 부릅니다. 싫어하는 유전자를 영구히 없애는 반면, 선호하는 유전자는 영구적으로 남기려는 현상을 말하죠.
* 빈도역의존적선택 (negative frequency-dependent selection, NFDS)
: 흔하지 않은 변이를 선택하는 상황. 희소성있는 매력을 갖춘 개체일수록 생존 확률이 높음.
성선택과 얼굴의 여성화
1859년, 찰스 다윈은 책 ‘종의 기원’에서 성선택을 처음으로 언급했습니다. 다윈은 인류의 모습이 중성에 가까워질 것이라 예측했는데요, 예나 지금이나 ‘잘생긴 여자’ 혹은 ‘아름다운 남자’를 매력적으로 느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후대로 갈수록 두 매력이 섞이는 것입니다.
2014년, 한 연구진은 인간의 두개골 두 가지를 비교했습니다. 하나는 아프리카 밖으로 이주를 시도하지 않은 인간의 8만년 된 두개골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 밖으로 이주했던 인간의 3만년 된 두개골이었습니다. 비교결과 이주를 한 인간의 두개골이 덜 억세고 여성의 두개골에 가깝다는 가설이 증명되었습니다.
사회적 선택압이 된 표정
한편 이렇게 유형성숙한 얼굴은 사회적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주둥이가 납작해지고 눈과 눈 사이가 좁아지자 입과 눈 주변의 미세근육이 발달하게 되었고, 이는 인간이 전보다 더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표정이 다양해지면서 무리 내 동료들 간의 일대일 상호작용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레 풍부한 표정은 인싸의 필수조건이 되었죠. 한마디로 사회적 선택압이 된 것입니다.
인류의 진화 : 창발현상
지금까지 알아본 인간의 진화과정은 전형적인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따르고 있습니다. 생물은 자연선택(성선택, 사회적선택압)을 바탕으로 미세한 변화를 축적해가며 진화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19세기 생물학자 대부분은 다윈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엔 예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능력이 있는-예를 들면 미적분 문제를 푼다거나 악보를 그리는-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의 능력은 미세한 변화를 통해 생긴 것이 아니라 신이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주장이었죠. 60년 후, 집단유전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탄생합니다. 집단유전학은 찰스 다윈의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해줬습니다. 또한 갑자기 새로운 능력이 나타나는 현상을 ‘창발현상’이라고 정의했죠. 창발현상에 대해선 추후에 다른 영상을 통해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