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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VS 합리적의심, 누가 이길 것인가?│다섯번째 증인(The fifth witness)│마이클 코넬리│미키할러/링컨차를타는변호사후속작/매튜맥커너히/형사사법제도/법정스릴러추리물 본문
증거VS 합리적의심, 누가 이길 것인가?│다섯번째 증인(The fifth witness)│마이클 코넬리│미키할러/링컨차를타는변호사후속작/매튜맥커너히/형사사법제도/법정스릴러추리물
SEA OTTER'S BOOKSHOP 2020. 4. 20. 14:55
내 이름은 마이클 할러. 재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건당 1억원대의 수임료를 받는 형사소송 변호사였다. 그러나 경기가 침체되면서 의뢰인들은 수임료가 없는 국선변호사들에게 몰려들었고, 그 바람에 우리 법률 사무소는 방을 빼고 직원 로나의 가정집으로 사무실을 옮기는 처지가 되었다. 이 상황이라면 딸의 대학 등록금도 못낼 게 뻔했고, 나는 고심끝에 민사소송 변호사의 길을 걷기로 했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임료는 낮았지만, 지금은 물불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다행히 광고를 보고 수임의뢰가 몰려들었고, 우리 마이클 할러 법률사무소는 차석 변호사 불락스를 고용하게 되었다.
나의 첫 민사소송 의뢰인의 이름은 리사 트래멀이다. 리사와 그녀의 전남편 제프는 9억에 가까운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는데, 전액을 상환하기 두 세달 전, 남편이 모습을 감춰 리사가 대출을 떠맡게 되었다. 대출은 두 명의 중개인을 거친 후 저금리로 조정되긴 했지만, 교사생활을 하는 리사의 월급만으로는 잔액을 상환하기 쉽지 않았다. 웨스트랜드 내셔널 은행은 리사의 주택을 압류하기로 결정했지만 리사는 압류사실을 공지받지 못했다며 은행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경기가 침체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리사 트래멀의 소송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리사 트래멀은 FLAG라는 이름의 모임을 창설하고 주도적으로 이끈 인물이라 더 주목을 받고 있었다. FLAG는 자산압류 소송당사자들끼리 모여 만든 단체의 이름이다. 그 바람에 리사는 웨스트랜드 내셔널 은행 근처 100m 안에 접근하지 말라는 조치를 받았다.
질이 아닌 양으로 수임료를 벌어야 하는 나에게 통제가 어려운 리사 트래멀은 진상고객일 뿐이었다. 어느 날, 직원 로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키, 리사 트래멀이 웨스트랜드 은행의 부행장을 살해한 혐의로 잡혀갔어.”
하워드 컬렌 형사의 안내를 받아 리사가 있는 조사실 안으로 들어갔다. 난 이번 사건이 우리 법률사무소를 살릴 중대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계약서 두 장을 내밀었다. 한 장은 수임료 1억원을 제시한 형사사건 변호사 선임 계약서였고, 다른 한 장은 이 사건과 관련한 파생상품 위임 계약서였다. 세간의 주목을 받고있는 사건이라 출판뿐만 아니라 영화촬영도 가능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배급사만 찾을 수 있다면 수임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리사 트래멀은 자기의 혐의를 벗겨만 달라며 두 서류에 서명했다.
다음날 밤, 구치소에 있어야 할 리사 트래멀이 어떤 남자와 함께 법률사무소를 찾아왔다. 허브 달이라는 남자가 보석금의 10퍼센트인 2억을 지불하고 구치소에서 그녀를 빼준 것이다. 대신 그 대가로 ‘파생상품’ 판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계약을 체결했다고 했다. 불과 24시간 전에 맺은 계약에 중복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참으로 리사 트래멀다운 행동이었다. 그래도 달이 체결한 이중계약은 어차피 불법이고, 의뢰인이 옆에 있으면 변호준비에 도움이 될테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달의 행동이었다. 달은 리사의 수행보조원이라도 되는것마냥 재판장을 따라다니며 그녀를 통제하는 듯했다.
재판과정으로 넘어가기 전, 먼저 살해현장을 설명해줘야 할 것 같다. 피살자 본듀란트는 리사 트래멀의 주택압류를 담당하고 있는 웨스트랜드 내셔널 은행의 부행장으로써 그 날 아침 자신의 지정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오던 참이었다. 그 때, 누군가로부터 정수리를 세 번 가격당하고 두개골 골절로 즉사하였다. 그의 앞에는 서류가방만이 떨어져 있었을 뿐 그를 가격하는데 사용되었던 둔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CCTV 확인결과, 살해현장 목격자는 없었다. 그러나 은행직원 중 한 명이 접근금지조치를 어긴채 은행 근처를 걷는 리사 트래멀을 발견하면서 1급 살인혐의로 소송을 당하게 되었다.
부검 보고서를 보면서 머릿속에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죽은 본듀란트의 키는 187센티미터이고 내 의뢰인 리사는 160센티미터인데 어떻게 정수리를 가격할 수 있었을까? 리사가 범인이 아니라고 가정한다면 누가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며칠 뒤, 우리 마이클 할러 법률 사무소는 법원 근처의 한 사무실을 임대하여 본격적으로 재판을 준비했다. 나는 이번 사건을 맡은 프리먼 검사가 넘겨준 증거물 서류를 보고 있었다. 형사소송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던 당시 나는 프리먼 검사와 재판장에서 만난 적 있었는데, 그녀는 마치 교향곡 세헤라자데(Scheherazade)를 연주하듯 재판전략을 짜는 경향이 있었다. 서서히 판을 깔다가 가장 나중에 결정적인 증거를 들이밀어 변호인을 굴복시키는 전략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검찰이 넘겨준 증거물 서류 중에서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증거는 1도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나는 증거물 서류를 뒤적거렸다. 그러다 본듀란트가 ALOFT라는 기업대표에 보낸 편지 한 통의 복사본을 발견했다. ALOFT는 웨스트랜드 은행을 대신해 주택압류를 진행해주는 압류공장 같은 기업인데, 르무어라는 대형 투자사에 자사를 매각할것이란 소문이 나도는 중이었다.
본듀란트가 보낸 편지내용은 이랬다. 리사 트래멀 주택을 압류하는 과정에서 사기혐의가 있었다는 소송을 당한 상태이니 만약 사실로 밝혀진다면 ALOFT와의 거래는 끝나고 FBI에 의심스러운 활동내용을 보고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이 문건을 유의미한 증거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우리에게 넘겨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증거물이 제 3자 살해설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본듀란트의 협박을 받고 있는 ALOFT가 르무어와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본듀란트를 죽이고 골칫거리 리사 트래멀에 누명을 씌웠다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면, 재판이 우리 승리로 끝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우선 나는 ALOFT의 대표 오파리지오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수사관 시스코에게 뒷조사를 부탁했다.
예심을 앞둔 어느 날 밤, 나는 차 트렁크 안에 넣어 둔 리사와의 판권계약서 원본이 사라졌음을 알게 되었다. ‘내 링컨 차는 방탄차량인데, 누가 가져간걸까? 혹시 허브 달?’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상태로 사무실로 돌아가던 나는 검은 가죽장갑을 낀 두 남자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이틀동안 정신을 잃고 깨어나보니 의사로부터 영 좋지 않은 곳을 공격당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회복하려면 크게 움직이지 말라는 충고에 나는 신출내기 변호사 불락스에게 재판을 맡기고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다.
어느 날, 내 전담 운전사 로하스가 병실로 들어와 허브 달에게 사백달러를 받고 계약서를 넘겨줬다고 고백했다. ‘운전사로 거둬줬더니 나를 배신해?’ 순간 로하스를 당장 해고해버릴까 하다가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백달러 지폐 네 장에 허브 달의 지문이 묻어있으니 이걸 빌미로 달에게 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달은 감옥에 가기 싫어 내 의뢰인에게서 완전히 떨어져줄 것이다. 나는 수사관 시스코에게 지폐를 넘겨 달의 지문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몸을 회복하고 재판장으로 돌아가니, 검사 프리먼이 결정적인 증거를 하나씩 내놓았다. 먼저 은행 근처의 한 주택 정원에서 본듀란트의 피가 묻은 망치 하나를 발견하였다. 이어 리사 트래멀 집 차고에서 망치가 없어졌다는 사실 역시 발견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차고 아래에서 피 묻은 슬리퍼 한 짝을 발견하였는데, DNA 분석결과 이 피의 주인은 본듀란트였다.
그 주 일요일, 이 모든 일의 화근인 리사의 남편 제프 트래멀이 내 집을 찾아왔다. “리사와 허브 달을 통해 피 묻은 망치에 대해 들었습니다. 리사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있어요. 저희가 쓰던 진짜 망치는 제 차 트렁크에 있거든요? 보여드릴테니까 천만원만 주실래요?” 나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증거를 돈 주고 살 수 없을뿐더러 만약 샀다고 해도 리사가 범인이 아니라는 결론엔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허브 달이 제프마저 통제하고 있는 것 같아 그를 신뢰하기 어려웠다. 제프가 차를 타고 먼 곳으로 떠난 그날 이후, 나는 제프 트래멀을 볼 수 없었다.
다음날, 수사관 시스코는 FBI가 우리 마이클 할러 법률사무실로 보낸 편지 두 통을 보여줬다. ALOFT의 대표 오파리지오가 FBI의 수사대상이 되었음을 통지하는 안내서였다. 나와 동료들은 오파리지오가 제 3자 살해설을 주도했다고 결론내리기 위해 더 깊이 수사해보기로 했다.
재판이 예정보다 일찍 끝난 날, 시스코가 갈 곳이 있다며 나를 안내했다. 도착한 곳은 시스코의 오토바이 동호회 회원들이 모이는 클럽하우스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시스코의 의형제 타미와 뱀뱀이 남자 둘을 테이프로 결박해 놓고 있었다. 시스코는 내게 사진 몇 장을 보여주더니 허브 달이 나를 때리라고 사주했음을 알려주었다.
나는 혹시라도 허브 달을 고용한 또 다른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싶어 둘에게 물어봤다. 사내중 하나가 뉴욕의 어느 깡패 조직을 얘기하더니 내 옷에 피를 뱉었다. “아 이거 내 이니셜 새긴 셔츤데.” 내 말을 듣자마자 뱀뱀이 남자의 얼굴을 휘갈겼다. “이니셜 새긴 셔츠라잖아 새끼야.”
다음 날, 나는 리사와 달 이렇게 셋이 점심을 먹다가 리사가 자리를 비운사이 어젯밤 일과 지폐에서 달의 지문을 발견한 일을 얘기해주었다. 달은 뱀뱀과 타미 이야기를 듣고 순한 양이 되어주었고 뉴욕의 깡패 조직이 오파리지오와 연관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오파리지오가 조직원 한 명을 보내 본듀란트를 죽이고 골칫거리 리사 트래멀에 누명을 씌웠다는 의심이 점점 사실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날부터 허브 달은 오파리지오와 우리 변호인단의 이중스파이가 되어주었다.
제 3자 살해설을 진실로 굳히기 위해선 오파리지오의 증언이 꼭 필요했다. 그러나 오파리지오는 우리 측 변호인단이 쓸 최후의 카드가 될 것이다. 우선은 남아있는 의문 하나를 명확히 처리해야했다. 160센티미터의 키를 가진 리사 트래멀이 어떻게 187센티미터인 본듀란트의 정수리를 가격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법과학 전문가를 증인으로 세워 검찰이 주장하고 있는 살해방법이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 설명했다. 정수리를 가격하려면 본듀란트가 허리를 완전히 뒤로 꺾어 하늘을 쳐다봐야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고학력 법과학 전문가의 증언은 재판장을 동요시켰고 리사 트래멀에 대한 의혹을 한꺼풀 벗겨주었다.
그러나 프리먼 검사 측에서 생각지도 못한 증거를 제시하면서 재판의 판도가 뒤집어졌다. 리사의 페이스북을 발견한 것이다. 거기엔 은행 주차장으로 두 차례 가서 본듀란트를 기다려보았지만 만나는 데에 실패했다는 글이 올라와있었다. DNA증거에 이어 정황증거까지 나오면서 재판은 프리먼 검사의 승리로 돌아가는 듯했다.
쉬는시간, 나는 불락스에게 페이스북 친구 명단을 모조리 뽑아 ALOFT의 직원명단과 대조해보라고 지시했다. 그 중 한명인 돈 드리스콜이 타미와 뱀뱀의 보호를 약속받고 증인을 서주기로 했다. 돈 드리스콜은 ALOFT의 IT부서 직원으로 본듀란트가 살해되기 전까지 리사 트래멀의 페이스북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그는 살해사건이 일어난 후 오파리지오와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입닥치고 있으라는 경고를 들었다고 했다. 그의 증언 덕분에 오파리지오를 증인으로 부를 수 있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다.
허브 달이 오파리지오를 방심하게 만들어 준 덕분에 그는 재판장으로 순순히 걸어 들어왔다. 드디어 프리먼 검사의 완벽한 세레나자데를 망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나는 오파리지오가 운영해 온 회사들이 뉴욕의 감비노 패밀리라는 폭력조직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합법적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 연고지가 없는 곳으로 젊은 사람을 보냈고 오파리지오가 대표로 LA에 터를 일군 것이다. 그가 깡패 조직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제 3자 살해설을 굳히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상황을 정리하자면, 오파리지오는 기업매각을 성공시키기 위해 본듀란트를 살해하고 리사에게 누명을 씌워야했다. 그러기 위해선 웨스트랜드 내셔널 은행의 주차장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어야 했고, 오파리지오가 소유한 회사 중 하나인 윙 넛츠 택배의 직원으로 조직원을 위장시켜야 했다. 진범은 CCTV 사각지대에서 본듀란트를 살해했으며 리사의 슬리퍼를 훔쳐 본듀란트의 피를 묻혔을 것이다. 그리곤 리사를 의심시킬만한 장소에 갖다 놓았을 것이다.
본듀란트가 살해된 당일 웨스트랜드 내셔널 은행에 배송해야 할 물건이 없었다는 기록이 밝혀지면서 프리먼 검사는 패배를 인정했다. 그러나 아직 판사와 배심원들의 선택이 남아있었다. 평결을 기다리기 위해 사무실로 돌아가려는데 고등법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평결이 5분만에 끝났다는 전화였다.
결말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