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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을 이해하는 IT개발자와 생물학자가 세상을 혁신한다│스케일(SCALE)│제프리 웨스트(Geoffrey West)│복잡계이론/노화와죽음/도시문제/지구온난화/에너지/비선형사고 본문

책 리뷰

물리학을 이해하는 IT개발자와 생물학자가 세상을 혁신한다│스케일(SCALE)│제프리 웨스트(Geoffrey West)│복잡계이론/노화와죽음/도시문제/지구온난화/에너지/비선형사고

SEA OTTER'S BOOKSHOP 2020. 5. 9. 22:42

 

https://youtu.be/EpRZoNKj-_U

1942년, 알베르 카뮈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를 각색한 ‘시지프 신화’를 세상에 발표합니다. 시지프 왕은 신들을 속인 죄로 바위를 산 정상에 올려 놓으라는 벌을 받게 되는데요, 시지프가 산 정상에 겨우 도착해 바위를 올려놓자 바위는 그를 놀리 듯 산 아래로 굴러 내려갔습니다. 몇 번을 반복해 올려도 바위를 산 정상에 올려 놓을 수 없었죠. 알고보니 신들이 내린 형벌은 시지프가 ‘영원히’ 바위를 굴리는 벌이었습니다.

 

책 ‘스케일’의 저자 제프리 웨스트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시지프 신화와 별 다를 바 없다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바위를 산 정상에 더 쉽게 올려 놓기 위해 바퀴를 개발하고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왔으며, 나 대신 바위를 올려주는 로봇을 프로그래밍해왔죠.

 

산 아래로 계속 굴러 떨어지는 바위는 ‘경제 붕괴’, ‘세계 3차대전’, ‘슈퍼바이러스로 인한 인류 절멸’ 등을 포함한 각종 종말 시나리오를 의미합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기술혁신을 통해 반복되는 종말 시나리오들을 뒤로 늦출 수 있었죠.

 

하지만 우리가 언제까지 지속적으로 ‘성장’만 할 수 있을까요? 복잡계 이론을 연구하는 제프리 웨스트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고 말합니다. 혁신 또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어느 간격으로 발생하는 지를 그래프로 그려봤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주기가 짧아지고 있었습니다. 기술이 수명을 다하면 더 빠른 러닝머신으로 옮겨타기를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만 한다는 말이죠.

 

우리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습니다. ‘새로운 혁신을 탄생시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지금 기술 수준에 만족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 찾기’.

 

두번째 선택지는 지금 하고 있는 인간의 경제활동을 대폭 줄이고 개인의 삶에 집중하자는 말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 격리되어 있는 현 상황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만약 77억 인구 대부분이 영원히 두번째 대안대로 살길 선택했다면 백신이나 코로나맵 같은 발명품은 탄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위기에 맞춰 새로운 발명품이 재빨리 탄생하는 이유는 첫번째 선택지인 ‘혁신’이 인간 본능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저자 제프리 웨스트는 종말을 막기 위해 숨가쁘게 혁신하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줍니다.

 

①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전통적인 틀을 이해해야 한다. 물리학은 위기 예측에 도움이 된다.

② 물리학을 바탕으로한 IT과학, 생물학이 중요해진다. 생물물리학, 시스템물리학의 탄생.

③ 다양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도시환경을 꾸며야 한다.

④ 도시로 모여들수록 1인당 탄소배출량이 줄어든다.

⑤ 태양 에너지에 주목하라.

⑥ 데이터의 양이 많다고 다 빅데이터가 아니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는 다른 개념이다.

 

이제부터는 실제 연구사례를 통해 이런 조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선형사고와 비선형사고

1962년, 오클라호마대학교의 정신과의사와 동물학자들은 환각제 LSD가 코끼리의 공격성을 부추기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당시엔 이미 고양이의 체중 1kg 당 0.1mg의 LSD를 투여해야 안전하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는데요, 그들은 kg당 투여량에 코끼리 몸무게 3톤을 곱해 총 297mg의 LSD를 투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코끼리 투스코는 LSD를 투여받고 5분 뒤 발작하더니 1시간 40분 뒤 숨을 거두었습니다. 연구진들은 ‘코끼리가 LSD에 민감하다’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후 실험을 종료했습니다.

 

몸무게가 투여량을 결정하는게 정말 맞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고양이가 0.1mg에 안전했으니 코끼리도 3톤배 만큼 안전할거야’라고 결론 내리는 사고방식을 ‘선형적 사고’라고 부릅니다. 사실 투여량을 결정하는 데에는 체중이 아닌 피부의 표면적이 중요합니다. 표면적에 따라 약물이 잘 통과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 때, ‘비선형적 사고방식’인 3분의 2제곱 법칙을 적용하면 실제 투여해야 할 용량이 나옵니다.

 

참고로 제곱이란 오른쪽 위에 작게 써서 해당 숫자를 몇 번 곱할지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3²은 3을 두 번 곱한 9를 의미하죠. 다시 코끼리 투스코 이야기로 돌아가서 코끼리에 투여할 LSD양에 3분의 2제곱 법칙을 적용해보니 실제론 단지 몇mg만 필요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선형적 사고방식은 실제로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잘못된 행동을 유도하곤 합니다. 저자 제프리 웨스트는 아이가 고열로 우는 모습을 보고 타이레놀을 먹이려고 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나이와 몸무게에 따른 복용량 표가 코끼리 투스코를 연상시켰기 때문이죠. 표는 체중이 2.7kg인 아기에겐 40mg을 먹이고 체중이 16kg인 아기에겐 정확히 체중의 6배인 240mg을 먹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여기에 3분의 2제곱 법칙을 적용하니 실제로 복용해야 할 양은 6⅔에 40mg을 곱한 132mg이었습니다. 그 동안 무려 두 배나 많은 약을 먹이고 있었던 것이죠.

 

책을 읽고 실제로 판매중인 마시는 어린이 타이레놀의 1회 권장용량을 찾아보았습니다. 3분의 2제곱 법칙을 적용하니 만 12세 이상 아이에게는 12ml이나 많은 약을 먹이고 있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마시는 어린이 타이레놀 공식 권장용량

 

4~6개월

7~7.9kg

7~23개월

8~11.9kg

만2~3세

12~15.9kg

만4~6세

16~22.9kg

만7~8세

23~29.9kg

만9~10세

30~37.9kg

만11세

38~42.9kg

만12세

43kg이상

1회

권장용량

2.5ml

3.5ml

5ml

7.5ml

10ml

12.5ml

15ml

20ml

 

3분의 2제곱 법칙을 적용한 복용량

 

4~6개월

7~7.9kg

7~23개월

8~11.9kg

만2~3세

12~15.9kg

만4~6세

16~22.9kg

만7~8세

23~29.9kg

만9~10세

30~37.9kg

만11세

38~42.9kg

만12세

43kg이상

1회

권장용량

2.5ml

3.28ml

3.98ml

5.08ml

6.07ml

7.11ml

7.72ml

7.73ml

차이

-

-0.22ml

-1.01ml

-2.42ml

-3.93ml

-5.39ml

-7.28ml

-12.26ml

수식

체중비⅔=x*2.5ml

(예, 11.9/7.9=1.51 ▶ 1.51⅔=1.31 ▶ 1.31*2.5ml=3.28ml)

 

우리가 코끼리와 인간에게 같은 3분의 2제곱 법칙을 적용할 수 있는 이유는 어느 생물이건 간에 같은 방식으로 성장한다는 증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프에는 조류와 어류, 포유류를 대표하는 동물들의 성장곡선이 그려져 있는데요, 한 눈에 봐도 매우 유사한 모습을 그리며 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장곡선은 전형적인 ‘비선형 사고방식’을 나타냅니다. 시간에 비례해서 무한하게 성장하지 않죠. 생물이 성장을 멈추는 이유는 4분의 3제곱 스케일링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생물 크기가 2배 늘 경우

• 유지 및 관리 에너지도 2배 상승

• 성장 촉진 에너지는 2¾배 상승(1.682)하며 0에 가까워짐

 

성장에너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0에 도달합니다. LSD 연구자들과 타이레놀 모두 이러한 보편적인 생물의 성장법칙을 고려했다면 오류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편, 제프리 웨스트는 또 다른 생명의 보편적인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몸 안에서 에너지 전달자 역할을 하는 ‘ATP’와 혈관 말단에 위치한 ‘모세혈관’의 규모가 어떤 생명이든 간에 동일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죠. 또한 포유류의 경우엔 혈압도 동일했습니다. 세 공통점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땃쥐와 고래를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심장무게

대동맥

ATP

모세혈관

크기

혈압

수명

땃쥐

12mg

0.1mm

동일

 

“주어진 에너지는 몸집에 상관없이 동일하다”

2년

고래

1t

30cm

60~70년

 

체중이 작은 땃쥐는 상대적으로 혈압이 높아져 대동맥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데요, 그 결과 에너지를 안전하게 운반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량의 에너지 손실이 발생합니다. 반면, 체중이 큰 고래는 누락없이 세포 곳곳에 에너지와 산소를 운반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몸집이 커질수록 심장박동 수가 4분의 1제곱만큼 줄어드는 스케일링 법칙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체중이 늘어날수록 에너지를 흡수하는 세포도 늘어나 심장으로 가는 에너지가 4분의 1제곱만큼 적어지는 것이죠. 덕분에 고래는 땃쥐보다 오래 살 수 있게됩니다.

 

지금까지 알아본 법칙들과 이 법칙들이 그려낸 비선형 그래프는 생물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인간의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면 늙지 않은 상태로도 125세 이상 장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몸의 온도를 2도 낮추면 수명이 20~30퍼센트 늘어나고, 1도만 낮춰도 10~15퍼센트 늘어날 수 있는데요, 그러나 온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심장박동수 즉 에너지 대사율이 낮아짐을 의미하기 때문에 생명을 위협하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성장과 죽음에 관한 사례들이 말하려고 하는 핵심 메시지는 ‘에너지를 대사하는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생물학을 포함한 최신 과학기술들은 겉보기엔 매우 진보한 것처럼 보이나 숫자로 정량화한 데이터는 거의 없는 상태와 마찬가집니다. 다행히 최근 생물물리학, 시스템물리학과 같이 최신기술과 물리학을 융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죠.

 

이 두 신생 물리학은 생명에서 더 나아가 도시와 지구 차원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영상 더보기란을 참고하시면 도시와 지구에 관련한 재밌는 법칙 몇 가지를 확인하실 수 있는데요, 도시나 지구도 생명체와 별 다를 바 없는 보편적 법칙으로 굴러가고 있음을 알게 되실겁니다. 종말을 늦출 수 있는 핵심은 우리가 에너지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지난 번 리뷰했던 책 '기후카지노’ 영상에 이를 자세히 안내해놓았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꼭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물리적 한계가 있는 망들의 올바른 에너지 이용법

생명

도시

지구

• 3분의 2제곱 법칙 고려

• 4분의 1제곱 법칙 고려

• 4분의 3제곱 법칙 고려

• 다양한 상호작용 공간마련

• 사회기반시설 구축시

15%법칙 고려

• 태양에너지 사용

• 탄소배출량 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