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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통해 알아보는 5가지 미래기술│생태계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새의 감각│팀버크헤드│생체모방기술│Biomimetics 본문
새를 통해 알아보는 5가지 미래기술│생태계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새의 감각│팀버크헤드│생체모방기술│Biomimetics
SEA OTTER'S BOOKSHOP 2019. 5. 23. 22:31
지금으로부터 515년 전인 1505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오니솝터(Ornithopter)를 발명했습니다. 그리스어 새(ornithos)와 날개(pteron)가 합쳐진 이름으로, 비행시 새가 날개를 위 아래로 퍼덕이는 모습을 닮도록 설계 되었습니다. 다빈치가 남긴 7000장이 넘는 스케치 중 하나인 오니솝터는 그가 30대였을 때부터 공부한 새의 비행생태와 생리학이 압축된 발명품입니다. 다빈치는 오니솝터를 통해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처럼 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비행에는 실패합니다.
다빈치를 대표로 인류는 새가 날 때의 느낌이 어떨지에 관해 호기심을 품어 왔습니다. 새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영국의 저명한 조류학자인 팀 버크헤드는 책 새의 감각을 통해 새의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자각, 정서를 소개합니다.
새의 7가지 감각을 연구하기 위해 조류학자들은 가끔씩 멍청해 보이는 질문도 던지곤 합니다. ‘기름쏙독새가 완전 암흑인 동굴 속에서 부딪히지 않고 날아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가 자각이 있다면 신체 각 기관은 어떻게 작동할까?’ ‘딱따구리는 나무를 쪼아댈 때 부리에 통증을 느낄까?’.
새의 감각을 인간의 감각으로 정확하게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인간에게 의미있는 질문이었음을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1억 5천만년 전, 쥐라기 시대 지구에 조류가 출현합니다. 그 때부터 각 개체들은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설을 따라 진화해왔습니다. 자연선택설은 특수 환경하에서 생존과 번식을 더 잘하는 개체가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는 이론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 주변에 있는 새들은 1억 5천만년 전부터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살아남은 개체입니다.
’생존에 최적화 된 새들의 7가지 감각을 모방한다면 인류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각 분야의 과학자들이 조류학자들과 손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발명가 오토 슈미트는 1957년 생체모방기술이라는 용어를 만들었고, 현재까지 관련기술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러 생체모방기술 중 5가지를 추려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영상을 멈추고 아무 종이나 필기구를 꺼내 기차, 고속열차를 그려 보시길 바랍니다. 이제일본의 고속철도 신칸센과 비교해봅시다. 신칸센의 앞 부분은 다른열차에 비해서 매우 길고 뾰족하게 생겼습니다. 물총새의 머리와 부리를 따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물총새는 수면 위 1.5m 높이에서 물속으로 재빠르게 다이빙해 물고기를 잡습니다. 물총새는 머리와 부리 모양 덕에 물을 거의 튀기지 않고 사냥할 수 있는데, 수면에 파동 변화를 느끼지 못한 물고기는 영락없이 사냥 당합니다.
1964년 개통된 이후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 온 신칸센은 1996년 물총새 모양으로 변신한 이후 소음을 현저하게 줄였을 뿐 아니라 10% 더 빠르게 달리며, 15% 더 적은 전력을 소모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브리티쉬 컬럼비아 대학교에서는 항공기 디자인을 혁신적으로 바꾸고자 갈매기의 날갯짓에 주목했습니다. 갈매기는 세차게 부는 바람에도 잘 날라 다니는데, 이는 바람 세기에 따라 날개 속 관절의 각도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이를 공기역학행동(aerodynamic behavior)이라고 부릅니다. 갈매기는 날기 위해 날개를 퍼덕여 바람을 탑니다. 위로 올라가고 싶으면 날개를 완전히 피며, 내려가고 싶을 때는 날개를 몸쪽으로 바짝 굽혀 접습니다.
머지 않아 진짜 갈매기처럼 나는 항공기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산불감시에 갈매기의 생체모방기술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고정익무인항공기(UAV; Unmanned Aerial Vehicle)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헬리콥터와는 달리 공기에 영향을 주지 않고 날 수 있기에 불씨를 다른 곳으로 번지게 할 위험을 줄여줍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고 캠퍼스는 새가 상승온난기류를 타는 방법에 주목했습니다. 상승온난기류를 타면 새들은 몇 시간 동안 상공에 머무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글라이더가 새처럼 상승온난기류를 탈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최초로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라고 불리는 AI시스템을 글라이더에 장착하였습니다.
글라이더는 상승률을 최대화 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만들어졌고, 실제 비행데이터를 참고하여 3분에서 최대 45분까지 상공에 머무르게 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다만 하늘에는 상승기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긴 하지만, 장차 이들의 연구는 시끄럽고 에너지집약적인 항공기술의 한계를 벗어나게 해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뿐만 아니라 조류연구분야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새들의 오랜 이주를 관찰하게 해주는 도구로 쓸 수도 있어 기술의 선순환이 기대됩니다.
지난 10년간 풍력발전기가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아 왔지만 발전하는 동안 발생하는 저주파소음이 발전기 설치 확장에 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튀니지에 위치한 타이어 윈드(Tyer Wind)라는 회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벌새의 동작을 적용한 풍력발전기를 만들었습니다.
먼저 발전기 날을 3개에서 2개로 줄였으며, 벌새처럼 위 아래로 날개를 퍼덕이도록 디자인하였습니다. 벌새는 1초에 날갯짓을 50번에서 200번정도 하는 새로, 매우 조용히 납니다. 타이어 윈드는 아직 개발단계이긴 하지만, 2024년까지 전세계 시장에서 급속한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 임페리얼 컬리지 항공로봇연구실에서는 물새(Waterfowl)를 본따 AquaMAV(아쿠아마브;Aquatic Micro Air Vehicle)를 만들었습니다. AquaMAV는 빠른 속도로 다이빙 할 수 있는 로봇인데, 새처럼 날개를 힘껏 몸으로 잡아당겨 물 속으로 들어갑니다. AquaMAV는 해양탐사, 인명구조활동, 미생물 연구를 위한 물 샘플 채취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5가지 생체모방기술을 소개 해드렸는데요, 다소 인간중심적 관점으로 새를 바라본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연구가 비윤리적으로 진행되지만 않는다면 이는 생명체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인간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기본적으로 다양한 생명체가 보존되어야 하기 때문이며, 또한 개발된 기술은 다시 다른 생명체 보호를 위해 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계자연기금이 2018년 발표한 지구생명지수(LPI, Living Planet Index)에 따르면 이미 40년 전에 비해 척추동물의 개체수가 60% 감소했다고 합니다.
2019년 1월과 3월, 한국의 천연기념물 (제201-2호) 큰고니가 낙동강 하구에서 수상오토바이에 쫓겨 다니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이 곳은 법적으로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수상오토바이 활동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문화재청은 현재 문화재보호법에서 천연기념물보호를 분리시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저와 같은 일반인들은 조류에 어떤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 레저스포츠, 드론, 낚시, 촬영 등의 활동을 할 때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즐기는 것이 환경보호의 첫 걸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팀 버크헤드의 새의 감각은 영국에서 2012년 출간되어 가디언, 인디펜던트, 선데이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습니다. 한국에는 2015년 출간되어 빨간책방 119회에서 소개된 적 있습니다. 새의 감각, 꼭 읽어보시길 추천 드리며 리뷰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