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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없음) 고양이가 썩은내를 풍기며 돌아왔다│애완동물 공동묘지│공포의 묘지│Pet sematary│영화화│스티븐킹│소설원작│2019년 4월 개봉 공포영화 본문

책 리뷰

(스포없음) 고양이가 썩은내를 풍기며 돌아왔다│애완동물 공동묘지│공포의 묘지│Pet sematary│영화화│스티븐킹│소설원작│2019년 4월 개봉 공포영화

SEA OTTER'S BOOKSHOP 2019. 5. 22. 16:09

이에 예수께서 다시 속으로 통분히 여기시며 무덤에 가시니 무덤이 굴이라 돌로 막았거늘 예수께서 가라사대 “돌을 옮겨 놓으라.” 하시니 그 죽은 자의 누이 ‘마르다’가 가로되 “주여 죽은 지가 나흘이 되었으매 벌써 냄새가 나나이다.” 이 말씀을 하시고 큰 소리로 “나사로야 나오너라.” 부르시니 죽은 자가 수족을 베로 동인 채 나오는 데 그 얼굴은 수건에 싸였더라. 예수께서 가라사대 “풀어놓아 다니게 하라.” 하시니라. 요한복음

 

미국 북동부 메인 주 루들로 (Maine Ludlow) 도로 위를 달리는 차 한 대. 그 차에는 루이스 크리드 가족이 타고 있다. 루이스는 며칠 뒤부터 만 칠천명 정도가 재학중인 메인대학교 진료소에서 의사로 근무하기로 되어 있었고, 시카고부터 차로 달려 이사 오는 길이다.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루이스가 소개받은 집은, 루들로에서 가장 저렴하긴 했지만, 썩 나쁘지 않은 차고 딸린 2층 집이었다. 그 집은 작은 잔디 하나를 끼고 큰 도로와 거의 붙어 있었고, 뒤로는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고 했다.

 

아내 레이첼은 사람 한 명 찾아보기 힘든 이 동네에서 적응 할 수 있을지 걱정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딸 엘리도 그녀를 따라 울었다. 엘리 품에 안겨 있던 애완 고양이 처치도 ‘야옹’하고 울기 시작했다. 루이스는 올랜도 디즈니랜드에서 의료보조원으로 일 했어야 했나 잠깐 후회했지만 메인대학교 진료소에서 받는 처우는 그 곳보다 훨씬 좋았다.

 

집에 도착한 루이스는 잔디밭에서 집을 구경하다가 아들 게이지 목에 벌침이 쏘인 것을 발견한다. 갑자기 나타난 저드 크랜덜이라는 노인이 게이지 목에서 벌침을 빼 주었다. 그는 도로 건너편에 살고 있었는데, 루이스의 집 뒤 몇 군데를 구경시켜 주겠다고 했다. 그 중 한 곳이 애완동물 공동묘지였 다. 묘비를 보니 1900년대 초부터 동네 햄스터, 강아지, 고양이들이 이 곳에 묻히는 듯했다. 저드는 가끔 맥주를 마시러 오라며 루이스를 집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루이스는 그가 매우 친절한 노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료소 근무 첫 날 빅터 파스코라는 청년이 친구들의 부축을 받고 병원에 실려왔다. 그가 입은 바지를 보니 조깅을 하다 차에 심하게 치인 것 같았다. 그의 목은 돌아가 있었고, 머리 한쪽이 파여 속 안이 다 보일 정도였다. 피는 진료소 바닥의 카펫을 흥건하게 적셨다. 하지만 루이스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파스코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메인대학교진료소에는 수술실도 앰뷸런스도 없었다. 파스코는 힘겨운 쇳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애완동물 공동묘지에 관한 경고메시지 같은 것을 내뱉다 죽어버린다. 루이스는 자신이 뭔가 잘 못 들은 건 아니었을까 생각에 빠졌다.

 

그날 밤 루이스의 침실 앞 계단에서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렸다. 문 밖에는 빅터 파스코가 밖으로 따라오라는 듯 서 있었다. 맨발로 잠을 자던 루이스는 파스코 뒤를 따라 애완동물 공동묘지로 갔는데, 잠에서 깨어나니 발 밑에 진짜 진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기억은 현실이었고, 그는 몽유병을 꾸었다. 하지만 그 뒤로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루이스는 진료실 업무에 집중해서 평범한 나날을 보냈다.

 

루들로에 이사 오고 맞은 첫번째 추수감사절 날, 다른 가족들은 시카고에 있는 처가댁으로 갔고, 루이스는 장인과 사이가 좋지 않은 관계로 고양이 처치와 단 둘이 집을 지켰다. 저녁쯤 저드가 급히 그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밖으로 나갔더니 저드 발 밑에 검은색 덩어리가 보였다. 처치였다. 저드는 차에 치여 죽은 처치를 발견하고 곧바로 도로 밖으로 끌어냈다고 했다. 루이스의 집 근처에는 화학비료 공장이 있어 대형트럭이 자주 지나다니긴 했지만..도대체 언제 집을 나간건지 루이스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처치의 죽음을 알면 엘리가 얼마나 상심할지 루이스는 마음속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저드는 루이스의 걱정을 깨기라도 하듯 지금 당장 처치를 묘지에 묻으러 가야한다고 닦달했다. 루이스는 쉬었다가 내일 처리하고 싶었지만 얼마 지나지 못해 삽, 곡괭이, 처치의 시체가 든 초록색 비닐봉지를 들고 저드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애완동물 공동묘지 뒤편 미크맥 언덕을 향해 올라갔다.

 

다음 날 루이스는 목욕을 하다 변기 위에 아슬아슬하게 앉아 있는 처치와 눈이 마주쳤다. 눈은 황록색이었고, 털은 지저분하게 엉겨 붙어 있었다. 무엇보다 처치에게선 살이 썩는 악취가 났다. 하지만 분명 처치는 살아 있었다. 다만 행동이 전과 달라졌다. 중성화 된 고양이 답지않게 사냥본능을 발휘했고, 쥐나 새의 내장을 파 놓은 뒤 차고에 시체를 쌓아 놓았다.

 

루이스는 저드 집에 찾아가 처치 이야기를 했는데, 저드는 이미 처치가 살아 돌아온 걸 알고 있는 듯했다. 루이스는 물었다.

“혹시 사람도 그곳에 묻어 살아 돌아온 적 있었나요?”

저드는 그 이야기는 다시는 꺼내지 말라고 흥분하며 소리쳤다. 루이스는 저드에게서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없었다.

 

초자연적인 일이 루이스에게 계속 벌어지고 있던 건 분명했다. 그렇지만 파스코 몽유병 사건 때처럼 이번 일도 별 일 아닌 듯 넘어가고 있었다. 루이스는 아내 레이첼에게 어떠한 얘기도 하지 않았다. 레이첼은 죽음에 민감했다. 그녀가 10살도채 안 되었을 무렵, 척수막염에 걸린 언니 젤다와 단 둘이 집에 있었다. 허리가 뒤틀린 채 얼굴을 쳐박고 죽은 젤다를 본 레이첼은 악몽에서 헤어 나오는 데 오랜 세월이 걸렸다. 루이스는 혼자서 이 모든 일을 감당해야 했다.

 

화창한 날 루이스 가족과 저드는 집 근처 언덕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루이스 집과 저드의 집을 가로지르는 넓은 도로가 보였다. 화학비료를 실은 대형 트럭이 멀리서 달려오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그때 게이지가 언덕을 가로질러 도로쪽으로 뛰어 내려갔다. 루이스는 게이지에게 소리치며 그를 붙잡으려했다.

“게이지 멈춰!”

게이지는 사고가 난 지점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다. 도로를 따라가며 신발, 피가 흥건한 모자, 뒤집어진 옷이 나뒹굴러져 있었고 게이지는 머리에 피를 흘린 채 누워 있었다. 메인대학교진료소 동료들과 저드의 도움으로 루이스 가족은 무사히 장례식을 치뤘다. 장례식을 치뤘다고 게이지를 잃은 가족들의 슬픔은 사라지지 않았다. 루이스는 하루 종일 울고 있는 레이첼을 위로해 줄 마음의 여유조차 잃어버린 상태였다.

 

루이스는 처치가 살아 돌아온 날 저드의 집을 찾아갔던 일이 기억났다.

'혹시 사람도 그곳에 묻어 살아 돌아온 적 있었나요?'

그 때 저드의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묘지에 묻혀 있는 게이지의 시신이 완전히 썩어 버리기 전에 묻으면 처치처럼 살아서 돌아오지 않을까? 처치는 사고가 나자마자 바로 묻었기 때문에 썩은 냄새가 나는 것 빼고는 큰 문제가 없었고, 가족들과도 그럭저럭 잘 지냈다. 그는 결정해야 했다. 그리고 그는 그가 할 일을 머릿속에 떠올리기 시작했다.


공포소설은 왜 쓰고 왜 읽는 걸까요? 죽음을 다루는 여러 장르의 소설들이 있지만 공포 소설의 존재 이유만큼은 이해가 잘 가지 않았습니다. 공포소설은 죽음을 단순히 재미요소로 취급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테마파크 유령의 집과 다를 바가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공포소설 작가이자, 유혹하는 글쓰기의 저자로 명성이 높은 스티븐킹이 왜 대중에게 인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물음을 바탕으로 스티븐킹의 애완동물 공동묘지를 읽게 되었습니다.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소설이 될 거라는 저의 예상과는 달리 (상),(하)편으로 나눠진 책의 대부분은 인물의 심리묘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몇몇 에피소드를 통해서는 B급 멜로극을 은근히 비판하기도 합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싶은 독자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 시체를 자세하게 묘사하거나 엄빠주의 멜로이야기를 다루기도 합니다. 이렇게 여러 인물의 이야기와 심리를 담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결말은 산으로 가지 않습니다. 플롯 간의 개연성이 높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티븐 킹이 공포소설 작가뿐만 아니라 영문학 교사로 명성을 떨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소설이었습니다.

 

애완동물 공동묘지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 어느 가족에게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가족들이 느끼는 공포감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들을 통해 죽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에 관해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해줍니다. 그런 점에서 ‘공포소설은 살인을 단순히 ‘재미요소’로 취급 할 뿐이다’라는 저의 생각이 스테레오타입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해주었습니다.

 

스티븐킹의 소설에 대해 높은 평점을 주고 있는 영미권 독자들에 비해, 한국에서는 그의 인기가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엉터리 번역 혹은 출판사와 배급사의 마케팅 능력이 한 몫 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40년이 거의 다 되는 시간이 흘러 애완동물 공동묘지는 영화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2019년 4월 한국에서는 공포의 묘지라는 이름으로 개봉합니다. 빙의, 좀비, 강력범죄 등등 온갖 공포 요소들이 범람하는 21세기에 20세기의 공포이야기가 관객에게 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책을 먼저 읽고 영화관에 가보시길 추천 드립니다.